평생 들어야할 욕 다 먹었죠
어떤분은 정들었다고 하시고
사극 ‘마의’서 천재 명의로…
이번엔 어떤 악역일지 기대를


“어설픈 악역이었죠. 큰 소리 탕탕 치다가 나중엔 수습 못하고 자꾸 당하고…. 어떤 시청자가 미워하다 정들었다고 하시더군요.”

나쁜 남자에도 결이 있다. 야망을 위해 처자식을 버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남이 있는가 하면, 유혹에 약해 여러 여자에게 상처 주는 우유부단과(科)도 있다.

최근 끝난 MBC 아침드라마 ‘천사의 선택’의 악역 박상호는 그릇된 모성에 의해 비뚤어진 ‘나쁜 마마보이’쯤 되겠다.

박상호는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장인을 죽이고 처남을 장애인으로 만드는데, 그 모든 게 결국 어머니의 계략이었음을 깨닫고 마지막에 용서를 빈다.

최근 정동 헤럴드경제 사옥에서 만난 윤희석(37)은 드라마에서 처음 맡은 악역으로 인해 “생애 들어야 할 욕을 다 먹었다”고 했다.


“너무 극악스럽죠. 악역하면 봉변당하는 게 농담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그렇더라고요. 지난 어버이날에 부모님 모시고 식당에 갔는데, 한 어르신이 제 등짝을 때리시며, ‘박상호! 너 왜 그랬냐’며 꾸짖는데, 고개 숙이고 ‘죄송하다’고 했죠.”

윤희석은 이번에 전형적인 악역이 아닌 흔들리는 나약한 악역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드라마 ‘흔들리지마’의 배우 김윤석을 롤모델로 삼아 ‘흔들리지마’를 1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 또 남에게 못되게 구는 주변 인물을 탐구했다. 대본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일은 방대한 양의 대본을 외우는 거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런 고민의 결과는 ‘허당’ 악역이었다.

“주변에서 큰 소리 뻥뻥 치고 허풍떠는 사람은 무섭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추적자’의 김상중이 조근조근 말하면서 입꼬리만 살짝 올리면 무섭잖아요. 하지만 박상호는 일차원적이죠. 큰 소리 치고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든지, 바람 피우다 쉽게 걸리고, 허술하죠. 그래서 시청자의 미움을 덜 받을 수 있었어요. ‘박상호구’란 별명도 생기고.”

비윤리적 설정이 과도한 막장드라마인데도 평균 시청률은 17%대를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였다. 욕을 들을수록 배우로서 존재감도 높아져갔다.

“아이러니하죠. 게시판에 욕이 넘치는데, 시청률은 높았으니까요. 이제까지 좋은 저예산 독립영화도 많이 찍고, 여러 드라마 주ㆍ조연도 했는데 시청자가 다 알아보지 못하다가 이 드라마로는 많이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는 한예종 출신으로 주로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오르다 2006년 드라마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 MBC ‘해를 품은 달’의 의금부도사, KBS ‘드림하이2’의 오디션 프로듀서 등 사극과 현대물을 오가며 다양한 인물로 등장했다. MBC 월화극 ‘마의’에서 주인공 백광현(조승우)과 대립하는 노력형 천재 외과의 정차식을 맡아 곧 얼굴을 내밀 예정이다.

“야심 많은 인물이란 설정만 나왔고, 아직 대본이 안 나왔어요. 이번엔 어떤 악역을 할지 기대해주세요.”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