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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안철수의 소통..외래어와 전문용어 남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국민을 움직인다. 대통령의 말은 단순한 의사표현 수단이 아닌, 정책과 비전을 전달하는 대국민 메시지다.그래서 대통령의 말은 쉽고 간결하며 명쾌해야 한다.

그런데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말은 어렵다. 의사와 대학교수, IT기업 CEO로서 오랜기간 일해온 안 후보는 외래어와 전문용어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안 후보는 10일 충북 천안시의 한 오이농장에서도 “요즘 식량안보 문제, 에그플레이션 등이 있어 (농업이) 정말로 보호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농장의 운영자를 “이런 베스트프랙티스가 농촌환경에서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현상을, 베스트프랙티스(best practice)는 최상의 업무수행방법을 뜻한다. 이날 현장에 모인 일부 주민은 ‘에그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잘못 알아듣기도 했고, ‘베스트프랙티스’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눈만 껌벅거리며 어림으로 뜻을 추측했다.

안 후보는 카이스트 강연에서도 ‘매스 커스토마이제이션 (Mass customization 다품종대량생산)’, ‘써플라이체제(공급체제)’, ‘써스테인어빌러티(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 ‘모더레이터(moderator 조정자)’, ‘마일스톤(milestone 이정표)’, ‘인텔렉추얼 프로퍼티(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 이 강연은 카이스트 학생들 뿐만 아니라, 전국민에게 언론과 방송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에서 대선후보로서 대국민 연설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또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이 일반대중에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는게 소통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 후보로 나선 자신이 외래어와 전문용어로 일반대중과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안 후보의 이같은 화법에 대해 "보통사람들의 사고에 임팩트있게 와닿지 않는다. 강렬하고 명쾌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말은 역대 대통령들과도 비교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투박하지만 쉬운 구어체를 주로 사용했다. "반미 좀 하면 어떠냐", "대통령 못해먹겠다" 등의 직설화법은 정적을 양산하기도 했지만, 일반인의 정서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쉬운 용어를 논리적으로 전개하기를 즐겼다. “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약속을 못 지켰을 뿐입니다. 거짓말과 약속 위반은 분명히 다릅니다”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특정 대통령의 화법이 정답이 될 순 없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라면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대통령의 말’을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대전=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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