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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박인배> 축제의 가을…시민예술의 시대
우리나라 축제는 단연 가을이 대세다.

여름 휴가철에 맞춰 유럽처럼 여름축제를 여는 지자체들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잦아진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실패의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관광객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를 걸고 축제준비를 하고 인프라 투자를 하였다가 큰 낭패를 당한 경우들이 많다.

한가위 명절 이후의 시월은 날씨도 좋을 뿐만 아니라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이라 사람의 마음도 여유가 생기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추수감사제 성격의 축제들이 시월에 몰려있었나 보다.

원래 축제는 마을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노래 부르고 춤추는 가운데 공동체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집단의 어울림 또는 소통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응원전에서 우리는 그런 모습을 체험했다. 각자의 방식대로 발현하고 그것들이 하나의 광장에서 통일성을 이뤄냈다.

이를 월드컵으로 인한 일회성 현상으로 치부해버리면 시대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그 이후 10년간 우리 사회는 ‘개별적 발현’이 일시에 큰 ‘바람’이나 ‘파도’로 모아지는 현상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선거에서 정치인이 아니던 인물이 갑자기 유력한 후보로 되어버린다든지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모든 사람들이 ‘말춤’을 따라하는 것도 그렇다. 여론 증폭의 속도가 빠른 SNS의 영향도 크지만 한편으론 시민들의 자기발현 의지가 확장됐다는 점이다.

축제의 프로그램 또한 이에 발맞춰 빠르게 진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초창기였던 1990년대에는 희한한 볼거리가 중심이었다면, 그 이후론 점차 관람객의 참여 프로그램이 많이 요구됐다. 이제는 간접적 참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직접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참여하는 ‘동아리 경연대회’ 형태가 축제의 중심을 자리 잡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아마추어 예술동아리와 전문예술단체 사이에 수준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행사장에서의 열기를 감안하면 단일한 잣대로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각기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전문공연장과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의 입장에서도 이와 같은 생활예술동아리 활동이 늘어나고,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동네축구(생활체육)가 광범위하게 확장돼야 프로축구(엘리트 체육)의 저변이 든든하게 뒷받침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예술생태계는 고전적인 고급예술과 더불어 상업적ㆍ비상업적 대중예술, 전통문화의 민속예술, 그리고 생활예술동아리 활동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 예술생태계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핵심에, 지금 시대의 흐름으로 볼 때 생활예술동아리가 놓여 있음은 분명하다.

이 축제의 계절에 우리 동네 이웃들이 어떤 예술활동을 벌이고 있는지 한 번쯤 찾아보고 ‘나도 예술가’가 되기 위한 계획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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