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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감동’은 없고 ‘분노’만 있었던 민주당 대선 경선
[헤럴드경제= 양대근 기자]“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위해.”

KBS2의 장수 프로그램인 ‘출발 드림팀’의 모토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하지만 공정한 규칙과 선의의 경쟁, 그리고 참가자 간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깨끗한 승복으로 이를 수습해가는 과정이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것이 매주 일요일마다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비결이다.

2일 같은 날 인천에서 펼쳐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은 ‘출발 드림팀’과 같은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경선이 벌어진 삼산 체육관에 입장한 사람들에게는 당 지도부와 상대 후보를 향한 분노만이 가득했다. 이는 시종일관 야유와 욕설, 멱살잡이, 경선 불복을 연출했다.

문제의 발단은 비문재인(非文) 후보 측이 경선 불공정성과 지도부의 편파성을 문제삼은 데서 비롯됐다. 이날 이해찬 대표가 인사말을 하러 연단에 올라오자 손학규ㆍ김두관 후보의 지지자들로부터 “이해찬 물러나라”, “선거관리 제대로 해라”는 등의 욕설이 터져나왔다. 단상을 향해 물병이 날아들고 한 당원은 연단에 오르려다 경호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이 대표는 “대선 경선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야유도 커지고 고함도 커지고 있다”며 “서로 싸우면서 커가고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비문 지지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비문 주자들도 정견 발표에서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손ㆍ김 후보 외에 평소 말을 아꼈던 정세균 후보까지 “몇 사람의 분탕질로 당이 무너지는 것을 좌시해선 안된다”고 성토에 가세했다.

문 후보가 1위라는 결과가 발표되자 분위기는 더욱 격앙됐다. 한 50대 당원이 문 후보를 향해 구두를 던졌고, 이를 말리려는 문 후보 측 지지자와 멱살잡이를 했다. 이들이 뒤엉키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문제는 향후 경선에서도 이러한 당원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친노와 비노 진영 간 갈등의 골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지도부는 “사전에 후보 간 룰이 합의된 것”이라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경선 투표율 저조와 선거인단 모집 부진 등 흥행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와 후보진영 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적인 경선은 참여자들이 처음에는 갈등을 겪더라도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하고, 그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히려 경선을 거치면서 쪼개지고 있다. 이런 경선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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