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정서’의 대두는 기존 가요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의 반작용이다. 반작용의 시작은 지난해 휘몰아친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열풍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아이돌 음악’은 가요계의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였다. 대중들은 아이돌들의 세련된 음악과 멋진 비주얼에 열광하면서도 한편으론 공허함을 느꼈다. 공허함의 근원은 ‘과연 노래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닿아있었다. ‘가수’들이 등장해 ‘노래’를 부른 ‘나가수’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일종의 해답이었다. 임재범이 무릎을 꿇으며 윤복희의 ‘여러분’을 포효하듯 부르던 무대는 그 절정의 순간이었다. 아이돌들까지 ‘불후의 명곡’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에 대한 진지함을 보여주고자 애썼다. 최근까지 진지함은 가요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코드였다.
그러나 과도해진 진지함은 대중에게 피로감을 불러왔다. 낮아진 ‘나가수’의 시청률과 대중의 관심은 그러한 분위기의 방증이었다. ‘재미’가 빠지자 시청률도 빠진 것이다. 올 초부터 가요계에 확산된 ‘B급정서’는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인 ‘재미’에 대한 성찰과 대세에 대한 반발 심리의 결과물로 봐야 옳을 것이다. ‘강남스타일’은 재치 있는 노랫말과 중독성 강한 비트에 사회를 비트는 유머 코드까지 두루 담은 ‘B급정서’의 결정판이었다.
포장이 ‘싼티’ 난다고 내용물까지 ‘싼티’ 나는 것은 아니었다. ‘강남스타일’ 이전에도 ‘B급’을 자처한 싸이가 보여준 음악의 세련미는 A급 뮤지션 이상이었다. 인기 팝스타 티페인, 로비 윌리엄스 등이 SNS에 남긴 찬사와 저스틴 비버의 공동작업 제의는 ‘싼티’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성과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개가수’들과 노라조 역시 음악적인 부분만 따로 놓고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에서 한참 말춤을 추다 “뛰는 놈 그 위에 나는 놈 baby baby 나는 뭘 좀 아는 놈”이라고 노래한다. 다분히 위악적이다. 선글라스 뒤에 숨겨진 싸이의 눈빛이 궁금하다. 결코 가볍지 않은 가벼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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