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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관은 스위트룸’…오감만족 이보다 좋을순 없다
여의도 CGV 등 신개념 상영관 속속 등장
레스토랑·영화관의 결합
씨네드쉐프관·프라이빗시네마
극장·상영관 무한진화

영상에 맞춰 향기나고 바람
3D 넘어선 4D 스크린·객석
고급화·특화전략으로 승부수


국내 최초의 근대식 영화전용 극장이 생긴 지 약 100년,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극장이 들어선 지 14년. 상영관의 진화가 놀랍다.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객석은 특급호텔 스위트룸이나 비행기 1등석을 능가할 만큼 고급스러워졌다. 스크린은 커졌으며, 소리는 웅장하고 섬세해졌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뿐만 아니라 코와 혀, 촉각으로 느끼는 ‘오감체험’의 장이 됐다. 특화한 콘텐츠만을 보여주는 특별한 상영관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극장의 ‘개념’이 달라졌다.

30일 서울 여의도에 최초의 멀티플렉스 극장인 CGV여의도가 문을 연다. 서울 속 ‘낙도’였다가 5ㆍ16 군사 쿠데타의 상징이 됐으며,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로 떠올랐고, 기업과 금융ㆍ증권계를 망라한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가 된 여의도가 한국 영화 1000만 시대에 들어서 멀티플렉스 극장을 처음 맞게 됐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CGV는 ‘한국의 맨해튼’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맞춰 ‘컬처플렉스’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여의도점을 디자인했다. 최고급 사운드시스템을 갖췄으며, 상영관을 비즈니스용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했고, 런던 소호 분위기로 각종 매장이 상영관을 둘러싸도록 배치했다. 

최근 극장에 스크린의 대형화, 객석의 고급화 및 상영관의 다목적화 바람이 불고 있다. CGV영등포의 스타리움은 32m×13m 규모의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개관에 맞춰 박찬욱 감독, 배우 이병헌, 소설가 은희경 등 유명인사와 스타가 릴레이로 출연하는 ‘시네마토크’ 시리즈도 마련했다.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내세워 기업과 금융인 등 전문 화이트칼라가 많고 중산층이 밀집된 지역 인구를 끌여들여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CGV의 전략이지만, 여의도점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국내 극장의 눈부신 진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여의도의 첫 멀티플렉스 입성을 계기로 국내 상영관의 면면을 살펴봤다.

▶영상과 사운드, 테크놀로지의 진화=무릎에 걸리고 옆사람 팔뚝에 치이던 과거 ‘넓고 편한 의자’가 자랑이던 시대는 끝났다. 스크린과 객석의 발전은 3D와 아이맥스(IMAX)를 넘어 후각과 촉각(바람ㆍ진동)이 결합된 4D에까지 이르렀다.

사운드시스템도 혁신을 거듭했다. CGV는 스크린 후방ㆍ벽면ㆍ천장에 최대 84개의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입체적으로 전하는 SOUNDX를 여의도ㆍ영등포ㆍ청담점 등에 적용했고, 롯데시네마는 최대 25개 방향에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IMM 사운드시스템과 AURO3D라는 입체음향시스템을 채택했다. 코엑스 메가박스의 M2관엔 세계적 공연장 전문 음향장비사인 마이어 사의 시네마 전용 시스템을 설치했다. CGV는 IMAX관을 각 지점에 두고 있으며, 특히 영등포점은 기네스북에 오른 최대의 스크린을 보유했다. 영상에 맞춰 객석에서 향기가 나고 바람이 불며 의자가 진동하는 4D관은 CGV와 롯데가 운영 중이다. 

‘ 더 프라이빗 씨네마’관은 실내구조의 변형이 가능해 영화 관람뿐 아니라 간단한 식사를 곁들인 가족모임이나 세미나, 비즈니스 용도로 활용하도록 했다.

▶극장에서 만나는 스위트룸, 퍼스트클래스, 비즈니스센터=호텔 스위트룸과 비행기 1등석의 콘셉트에 맞춘 상영관의 고급화와 특화도 눈에 띈다.

프리미엄관인 골드클래스(CGV)와 샤롯데(롯데)를 시작으로 다양한 관객 구성과 요구에 부응하는 상영관이 속속 생겼다.

CGV는 영화관과 레스토랑이 결합된 씨네드쉐프관과 음식과 함께 파티용도 및 비즈니스 모임으로 변형 가능한 더 프라이빗씨네마 등을 두고 있다.

롯데는 9월 4일부터 영유아를 동반하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엄마랑 아가랑’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저귀 패드와 물티슈가 제공된다.

오페라극장의 박스를 콘셉트로 한 연인 전용 좌석인 ‘스윗박스’나 좌석마다 고급 헤드폰이 비치된 ‘비츠바이닥터드레’(이상 CGV)도 있다. 

객석마다 고급 헤드폰이 비치된 상영관도 생겼다.

▶공연, 다큐, 예술영화 등 특화한 콘텐츠의 전용관=대규모 상업영화가 아닌, 마니아층을 위한 콘텐츠나 전용관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으로는 CGV의 무비꼴라쥬와 롯데의 아르떼가 있다. 롯데시네마는 최근 KNN 및 KBS미디어와 업무제휴를 맺고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공연영상을 상영키로 했다. 메가박스는 오페라나 발레 공연, 음악 콘서트로 콘텐츠를 특화해 고정 관객층을 확보했다.

▶극장 포화상태의 멀티플렉스 생존전략=최근 멀티플렉스의 진화 추세는 고급화와 패션, 식음료 등 브랜드와 연계된 ‘복합문화공간화’다. 그 이면에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극장의 생존전략이 깔려있다. IMAX나 3D, 4D, 커플석 등은 입장료가 일반 상영관보다 많게는 배까지 비싸 극장으로선 관객 1인당 매출이 높다. 또 기존 팝콘 판매를 넘어 CGV는 ‘뚜레주르’, 롯데시네마는 ‘앤젤리너스’ 등 자사 계열 식음료 매장이나 패션브랜드 등을 상영관 주변에 집중 입점시켜 매출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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