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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도 ‘B급 스타일’?
재미와 감성으로 기성사회 권위에 거침없는 한방…대한민국 B주류의 유쾌한 반란
‘B급 문화’가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도 B급 감성이고, ‘나꼼수’도 B급 문화다. 정치와 문화를 가로지르고, 가요ㆍ영화ㆍ방송ㆍ미술 등 예술장르도 망라한다. ‘강남 스타일’은 ‘B급’을 화두로 던졌고, 그 의미를 새롭게 했다. 하위문화와 비주류예술, 키치, 저예산, 독립, 펑크, 팝아트 등 말하는 사람마다 뜻이 다르고 다양한 개념이 혼재됐다. 하지만 ‘비빔밥’이 떳떳한 하나의 메뉴이듯 ‘B급’의 핵심은 뚜렷하다. 의도된 싼티, 촌티, 날티다. 계몽과 권위를 벗어난 일탈과 유희의 문화다. 그래서 싸지 않고, 촌스럽지 않고, 날티 나지 않는다. 기존 정치권에 강펀치를 날린 안철수의 대선판도 뒤흔들기는 그 자체로 정치문법 B다. 이처럼 B급 문화는 한국 사회와 문화의 중요한 변화를 상징하게 됐다. 


사실 B급 문화는 한국에서 변용된 개념이다. 출발은 1950년대 미국에서의 ‘B무비’다. 미국 주요 영화사들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기 위해 한 편의 관람료로 두 편을 보여줬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1+1’ 서비스다. 본 상영작이 ‘A무비’로 당대의 스타를 기용하고 대규모 예산을 들여 비교적 오랜 기간 촬영해 만들었다면, 서비스로 제공되는 두 번째 영화, 즉 ‘B무비’는 저예산으로 무명의 배우를 캐스팅해 짧은 시간에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대의 비평가들은 마구 찍어낸 ‘B무비’에서 의도치 않게 전복적 의미를 발견했다. 싼티 나는 모양새와 스토리텔링의 비논리성은 고급예술, 주류영화의 귀족적 고전주의적 취향에 대한 풍자로 읽혔고, 헐거운 영상과 드라마에 강제로 주입된 주제의식은 오히려 기존 사회 윤리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여졌다.

‘A와 B’였던 영화의 개념이 한국에 와서 ‘급’으로 해석되면서 위계적인 의미가 덧붙여져 ‘B급’은 하위문화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확장됐고 기존의 고급, 주류문화에 반발하고 저항하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일컫게 됐다.

‘B급 문화’는 젊은 세대의 놀이, 유희의 감성과 결합되면서 한국 사회에 새로운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투표도 놀이로 ‘인증’하고 집회도 유희로 경험하는 새로운 세대는 ‘정치는 국회의사당 안 금배지들의 고담준론 속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났고, 진정한 노래는 ‘나가수’의 명품 가창력에 있다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며, 수백억 든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만 영화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도 예술일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다. 결국 A와 B, 두 알파벳은 오늘 우리 사회에 차이와 공존, 문화적 다양성과 정치적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 됐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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