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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이 광풍 ‘○○스타일’ 홍수, 이번엔 무슨 스타일?
[헤럴드경제=이슬기 인턴기자]지금까지 이런 관심은 없었다. 인터넷 도래 30년 만에 수백 명의 외국인들이 이 남자를 따라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로버트 할리가 ‘한 뚝배기 하실래예’ 로 패러디 붐을 일으킨 시절이 있었지만, 이 정도의 파급력은 아니었다. 지금은 또 다른 한국남자의 몸짓에 미국 본토가 반응하는 시대가 됐다. 키치 감성과 풍자로 버무려지고 노골적인 B급문화를 대표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다.

어느덧 인터넷 세상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OO스타일’이라는 검색어가 포털사이트를 뒤덮고 있다. 웬만하면 알아차린다. 더이상 OO스타일은 유행에 민감한 대한민국의 패션피플을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다. 이제 그것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패러디물의 고유명사다. 교복 차림의 학생부터 몸빼 입은 아줌마까지, 광주부터 뉴욕까지. 주인공도 배경도 무궁무진하다. 창의력도 빠지지 않는다. 더이상 동영상 하나 편집해 ‘한 뚝배기 리믹스’를 만드는데에 그치지 않는다. 직접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가 흔들리는 앵글 안에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재창조한다. 기어이 월스트리트저널도 여기에 주목했다.

“대구 뜨니 광주도 떴다”…지역색 강한 ‘국내 스타일’ = 대세는 ‘지역색’이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리동네’가 소재가 됐다. 이른바 ‘향토 스타일’ 이다. 젊은이들은 너나없이 서울로 몰려들어 “지방이 무너지고, 고향이 무너진다”는 한탄이 나올 법한 시대건만, 청년들의 열정은 제 동네를 잊지 않았다.

대구로 간다. 경상도 남자들은 걸쭉한 사투리로 ‘낮에는 코피 한잔의 여유를 즐길 줄 알지만 밤에는 심장을 뜨끈하게 만드는 반전이 있는 가스나’ 라며 ‘대구 스타일’을 노래했다. 짙은 선글라스와 능글맞은 말춤은 단연 빼놓을 수 없었다. 영원한 맞수다. 영남 스타일이 뜨자 호남도 가세했다. 광주의 젊은이들은 광주역을 누비고 골목 곳곳을 돌며 춤을 췄다. 전주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옥마을을 등지고 ‘전주비빔밥 찬가’를 불렀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전주 스타일’ 이다.

한강 이남의 맞수는 홍대였다. ‘젊은이의 거리’ 홍대 인근 명소들을 배경으로 촬영한 ‘홍대 스타일’ 은 전문가 못지 않은 잘 다음어진 영상과 녹음으로 누리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걸작이 됐다.

대구스타일-광주스타일-줌마스타일-기숙사스타일-전주스타일-평양스타일(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머무는 곳에는 삶의 애환도 묻어났다. 코믹한 설정으로 자신만의 삶을 그려낸 패러디물로, ‘강남스타일’의 풍자를 예민하게 낚아챈 청출어람 작품이다. 아줌마들은 ‘몸빼’ 차림으로 말춤을 췄다. 엄마였고 아내였던 대한민국 제3의 성(性)은 잠시 현실을 내려놨지만 본질(몸빼)은 버리지 못했다. ‘줌마 스타일’이다. 기숙사생들은 울타리를 벗어난 외로움을 ‘기숙사 스타일’로 승화했다. 어린 나이에 가족에게서 떨어져나온 청춘의 외로움이다. ‘아빠에게 전쟁놀이를 배운 사나이’ 로 김정은 북한 제1 국방위원장을 소개하며 비꼰 ‘평양 스타일’ 은 우리 사회의 독특한 면면을 그렸다. 싸이를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 착각한 수많은 외국인이 본다면 몇번이고 고개를 갸웃할 만한 패러디물이다.

“직구로 승부한다”… ‘폼’ 보다 ‘참신함’ 노린 ‘외국 스타일’= 허세는 없었다. 조롱이나 풍자도 없었다. ‘강남의 오늘’이 가지는 이중적 의미를 끌어내기엔 물리적 거리차가 컸다. 대신 참신함으로 승부했다. ‘강남스타일’의 진화라고도 할 만하다.

주제는 다양했다. ‘강남스타일’은 급기야 ‘캐릭터 스타일’로 대체됐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 ‘포니 스타일’이 그 중 하나다.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의 조랑말 캐릭터를 이용한 이 패러디 영상은 선글래스를 쓴 말(포니)이 직접 말춤을 춘다. ‘말’이 추는 ‘말춤’이 주는 직설화법은 웃음포인트의 정중앙을 겨냥했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로봇 캐릭터를 이용한 ‘건담 스타일’을 만들었다. 발음이 비슷한 탓이었지만, 국내 누리꾼들은 원작에 충실한 ‘건담스타일’에서 일본인의 정교함을 만났다.

포니스타일(위)-변태스타일

한국처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패러디도 있었다. 한 외국 남성은 슈퍼맨 팬츠를 입고 시카고 시내에 등장해 말춤으로 거리를 질주했다. ‘시카고 스타일’이다. 호주에 거주중인 한 한국인은 강남 스타일을 개사해 부른 ‘호주 스타일’ 에서 “누드비치 찾다가 눈 빠지는 사나이”라는 질펀한 솔직함으로 누리꾼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변태’(BYUNTAE)라는 단어의 뜻을 설명하며 시작하는 ‘변태 스타일’은 공개 3일 만에 조회수 117만을 넘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한국계 미국 코미디언 데이비드 소(David So)가 제작한 이 패러디는 싸이와 비슷한 체격의 남성이 요가 하는 여성들을 훔쳐보거나 양복 하의를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변태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심지어 영상 속 남성은 여성의 다리 사이에 엎드려 있다가 돌아누워 치마 속을 훔쳐보다 흠씬 두들겨 맞는다. 누리꾼들은 “음흉하지만 밉지 않은 행동과 흥겨운 리듬이 잘 어울린다” 며 박수를 쳤다.

현재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월스트리트저널과 CNN, LA타임즈, 허핑턴포스트 등 여러 해외매체에 소개되며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초 ‘강남스타일‘을 반드시 봐야할 뮤직비디오로 보도한 데 이어 23일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비디오 5편을 선정해 소개, ‘포니(Pony) 강남스타일’, ‘평양 스타일’, ‘홍대 스타일’, 영어 버전 ‘강남스타일’, ‘오빤 딱 내 스타일’을 반드시 봐야 할 패러디 작품으로 꼽았다. 온라인 매체 엔엠알(NMR)도 이례적인 싸이의 인기에 대해 “강남 스타일이 언어와 문화적 장벽을 초월하는 제2의 ‘콜 미 메이비(call me maybe)’가 될 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콜 미 메이비’는 캐나다 가수 칼리 레이 젭슨의 곡으로 하버드 버전, 비키니 버전 같은 패러디를 양산한 히트상품이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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