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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둑들’ 로 1000만명 마음을 훔친 최동훈 감독
개봉 22일만에 관객 1000만명 돌파 한국영화 최고 이야기꾼 입증
“속편 ‘도둑들2’ 만들고 싶어”



1970년대,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깊숙한 산골마을. 그래서 이름도 ‘안골’이라고 붙은 전북 전주시 인우동의 한 동네에는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한 소년이 있었다. 집이 넉넉지 못해 부잣집 친구를 찾아가 ‘소년소녀 세계명작동화’를 읽고 또 읽었다. ‘토요명화’도 빼놓을 수 없는 소년의 소일거리였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약주를 드시고 ‘딱따구리 그레이트 북스 20권’ 전집을 사다 주셨을 때는 횡재한 기분이었다. 이때부터 소년은 “‘몽테크리스토백작’은 엄청나게 꽉 짜여져 있는데, ‘삼총사’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헐거울까”라며 아무도 묻지 않고, 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질문을 안고 끙끙 앓았다. 소년은 30여년 후 1000만명이 열광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다.

‘도둑들’은 지난 7월 25일 개봉해 22일만인 광복절,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로는 사상 6번째의 대기록이다. 최동훈 감독은 4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실패없는 흥행감독이자 한국영화의 첫 손가락 꼽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을 입증했다. 그런데 왜 도둑이고 범죄영화일까.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을 터는 도둑들의 이야기, ‘타짜’는 사기도박사들이 주인공, ‘전우치’는 민담 속 의적을 현대로 불러낸 판타지였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분필 심부름을 다녀온 적이 있었죠. 그때 교장선생님을 맞닥뜨렸지만 무사통과했습니다. 그 다음부턴 가끔 수업시간에 몰래 빠져 나갔어요. 당시의 묘한 쾌감이 아직도 생생해요. 제가 도둑이야기에 빠져 들게 된 원형적인 경험이에요. ”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도둑들’은 할리우드의 도둑영화 장르에 끈적끈적한 한국적 멜로 감성의 결합이 핵을 이룬다. 순도높은 오락적 가치와 장르적인 쾌감에 집중한 작품이다. 과연 대중들을 열광시키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싶어 대학 졸업(서강대 국문과) 후 서사학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던 청년은 가장 현대적인 서사 장르인 영화를 진로(한국영화아카데미)로 택해 한국영화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에게 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 1000만 돌파를 하루 앞두고 만난 최감독은 말했다.

“좋은 이야기는 없어요. 솔깃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죠.”

최 감독은 속편 ‘도둑들2’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차기작으로는 이미 생각해 둔 이야기가 있고, 그 플롯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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