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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자연과의 싸움…“사진 단 2컷 건졌죠”
동티벳 여행 사진작가 김홍희
해발 5000m 고지대서 텐트생활
집채만한 낙석 눈앞에 떨어지기도


“텐트 팩 하나 박는 데 100m를 질주하는 느낌이야. 기본 해발 3000m인데, 1800m로 내려가니까 정말 살 거 같더라고.”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남미의 볼리비아,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 오지를 방랑했던 사진작가 김홍희(53) 씨가 고원 땅 동티베트에선 혀를 내둘렀다.

김 작가는 지난 6월 18일부터 7월 11일까지 24일 동안 티베트를 다녀왔다. 해발 5500m의 야커우산와 장해호수 등 칠장구 일대를 말을 타고 돈 뒤 5470m의 당링설산, 페이지핑 호수, 후루하이 호수를 도보로 가는 코스는 인적이 드문 티베트 동부다. 한국HD방송의 여행전문 채널 채널T가 오는 9월 15일부터 주 1회씩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4부작 ‘세계의 지붕 동티베트를 가다’ 출연차 다시 한 번 배낭을 멘 것.

최근 서울 중구 헤럴드경제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새벽에 5000m 위에서 자고 있는데 텐트를 열고 촬영 카메라가 쑥 들어오더라고, 1분 멘트하라면서…. 솔직히 ‘다 때려치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죠”라며 고생한 기억을 떠올렸다.

“산등성이를 차 타고 이동하는데 집채 만한 낙석이 눈앞에 뚝 떨어지는 거예요. 거긴 낙석이 돌멩이가 아니라 바윗덩어리야. 거기서 차가 구덩이에 쑥 빠져서, 돌을 채워 겨우 나왔어요.”

길이 좋은 곳은 말로 이동하고 험지는 배낭을 짊어지고 걸었다. 한발 한발 걸음을 떼기조차 힘든 곳은 태고적 처녀지 상태 그대로였다.


애연가인 그는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 머리가 핑 도는 고원에서도 중국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이상씩 피웠다. 여행 직전 식단을 채식으로 바꿔 고기는 끊었지만 담배는 끊을 수 없었다. 덕분에 여행을 다녀오고선 체중이 10㎏가량 빠졌다.

사진은 6000장을 찍었는데, 쓸 만한 사진은 단 2컷이란다. “내가 ‘찍사’노릇 했지, 뭐”라며 보여주는 사진 속에서 장족, 한족, 유목민 등 현지인과 스태프들이 활짝 웃고 있다. “동티베트인들은 쓰촨(四川)성에 편입된 뒤에도 본래 원형을 유지하며 살고 있어요. 일반 관광객이 잘 안 가는 곳이라 보존이 잘돼 있죠. 사람들도 순박하고.”

어떤 여행지가 좋으냐는 질문에 그는 “나와 사랑에 빠진 곳”이라고 아리송한 답을 했다. 사막에서 후텁지근한 열대의 바람이 알몸을 스쳐 지나갈 때를 그는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의 손을 거친 자연은 자연 그대로가 아니다. 사막을 찍었는데도 사막이 아닌 듯 보인다.

김 작가는 17일부터 9월 3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미술관에서 ‘골목-시간의 통로’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연다. 부산MBC에서 ‘포토에세이’란 프로그램을 3년간 진행하면서 찍은 부산의 골목 사진 가운데 30장가량을 선정해 일반에게 공개한다.

“그냥 걸어다니면 잘 모르는데, 사진을 찍어 놓으면 완전히 이상한 공간이 돼요. 낯선 공간이 되죠.”

부산의 유명 골목들이 예술가의 시선을 거쳐 어떤 낯선 얼굴을 드러낼지 자못 궁금증을 일으켰다.

김 작가는 일본 도쿄비주얼아트 사진학과 1학년 학생이던 29세 때 니콘 살롱전에 당선되면서부터 본격적인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008년 니콘이 창사 90주년을 맞아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20인’에 한국인으로선 유일하게 오른 작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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