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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의밥상’‘시골밥상’, 시청률 높은 이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KBS ‘한국인의 밥상’과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김혜영의 시골밥상’은 둘 다 교양물로서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 점이 두 프로그램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이다.

우선 두 프로그램은 수없이 넘쳐나는 기존의 음식 프로그램이 식당 소개 내지는 홍보성을 강하게 띠고 있는 점과는 달리, 잔잔한 아날로그 정서의 고품격 음식 다큐멘터리를 지향하고 있다. 적어도 홍보와는 관련 없는 음식 프로그램이라는 믿음을 준다. 그러니 기존의 맛집 프로그램이 “어디에 좋고, 또 어디에 좋고”라며 지나치게 건강을 내세우고 “이 음식, 저 음식 한 번 먹어봐라”라고 강요하는 고정 레퍼토리를 두 프로그램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교양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두자리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인의 밥상’은 한국 음식 원류의 맛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지역 음식을 통해 풀어내는 향토사이자, 미시사(微視史)이다. 또 ‘김혜영의 시골밥상’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최고의 자연조건에서 가장 좋은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천연 식재료를 선별해 조리까지 함으로써 평범한 우리 이웃의 소박한 밥상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은 그런 작업을 통해 사라져가는 향토 음식이나 지역별 다양한 음식을 소개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적이다. 그래서 두 프로그램은 음식의 맛이라는 기능적인 효과 외에도 시골장터 같은 인심과 정(情)이 느껴진다. 특히 도시민에게는 밥상의 맛도 좋지만 사람의 맛이 느껴져 훈훈해지는 기분, 그래서 정신 건강도 좋아질 것 같다.

두 프로그램은 진행자의 이미지에도 크게 기대고 있다. ‘한국인의 밥상’이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진행과 내레이션을 동시에 맡고 있는 최불암이다. 어떤 사람은 최불암의 구수한 목소리만 들어도 음식이 맛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는 가장 한국적인 어른상이다. 그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넉넉한 한국인의 음식 인심과 구수한 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한국인의 밥상’에 더 쉽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토요일 아침, 여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김혜영의 시골밥상’은 원래 ‘양희은의 시골밥상’이었다. 양희은은 맏언니 이미지다. 엄마의 부재 시 동생들에게 엄마 역할까지 대행할 수 있는 양희은은 시골 어르신들과의 소통도 좋았다. 5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었던 양희은이 하차하고 배우 유지인이 맡았지만 ‘너무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또다시 김혜영으로 교체됐다. ‘또순이 언니’ 이미지의 김혜영은 애교 담당 꽃분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필립과 함께 세 MC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향토 음식에 대한 취재로 지역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도 살리고 시청자의 관심까지 받고 있다. 특히 그 지역에 오래 살면서 옛 방식을 고집스럽게 이어오며 맛을 지켜온 사람들(음식장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그 자체로도 풍속 사료로서의 가치가 뛰어나다고 하겠다. 이들 제작진은 “우리 음식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 그리고 식품과 식재료에 대한 영양학적 고찰을 통해 시청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고 밝히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여행 체험과 먹거리, 볼거리 효과까지 지닌 ‘도시인의 로망’이라 할 수 있다. 산세 좋은 자연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요리해 먹는 재미를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웰빙 붐을 타고 생긴 이런 프로그램들은 약간은 밋밋하고 식상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아날로그 프로그램이라 해서 매번 똑같은 포맷, 같은 출연진을 반복하면 노후화를 피할 길이 없다. ‘시골밥상’이 지닌 정서적 가치는 높이 평가하지만 MC들이 찾아가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연애사와 가족관계만 계속 묻다 보면 조금씩 지루하게 느껴진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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