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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소득세법 정부 복안 과감히 공개하길
정부가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이는 대신 대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취지의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일자리 증대, 내수 활성화, 서민생활 안정 등 경제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소득세법 과표구간 조정이나 종교인 과세 등 알맹이를 쏙 뺀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내년에 1900억원, 향후 5년 동안 1조66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미약하나마 정부로서 담을 것은 다 담았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남발한 복지공약에 향후 5년간 매년 50조원 안팎의 추가 소요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결국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치권 입맛대로 대형 수술이 불가피해 그 부작용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필요하면 큰 폭 조정도 할 계획”이라지만 사실상 손을 뗀 정부다. 임기 말 등 그 고충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할 일은 해야 한다. 과표구간 조정 등 소득세법 부분에만 17개의 시뮬레이션을 확보했다면 복안을 공개했어야 한다. 지금의 소득세법은 15년 전의 낡은 구조다. 수입 8800만원을 최고점으로 그 이상 소득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35%의 최고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과표구간이 너무 넓다. 소득수준 등 시대변화로 억대 연봉자만도 28만명에 이른다. 과표구간을 더 세밀하게 쪼개 세수 효율화를 꾀하는 것이 급선무다. 1억 연봉자가 100억 소득자와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종교 과세를 미룬 것도 이상하다. 개세주의 측면에서 오랜 관행은 이유가 될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집단적 민원을 의식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세원 발굴 측면에선 지하경제 다음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새겨듣기 바란다.

이번에 대기업들은 최소한 납부할 세금, 즉 ‘최저한세’ 등 세부담이 크게 가중됐다며 불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향후 5년간 세수 증대치의 70% 이상을 책임져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 경쟁을 정부가 완충적으로 막은 측면이 크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입법과정에서 논란거리가 많아 불법 로비도 우려된다. 농협ㆍ신협 등 조합법인에 대한 세 혜택 폐지가 그 예다. 더 열악한 중소기업들을 감안하면 공평과세 측면에서 옳다. 200만원이 넘는 고가 명품가방 중과세는 비싸야 더 산다는 특수계층의 소비심리를 악이용, 가격 인상 소지가 다분하다. 삶에 보탬이 되는 근로장려세제 확대나 재형저축 부활 등 취약계층이나 서민들에게 요긴한 내용들은 더 알릴 필요가 있다.

세제 개편은 과감할수록 효과도 크다. 한꺼번에 변하는 것이 고통을 덜 받는 논리다. 정부는 역량을 총동원해 자신 있게 복안까지 내놓고 9월 정기국회에 임하길 바란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정당에만 맡겨두면 이전투구든 의기투합이든 그 부작용은 크다. 쓸 돈을 미리 정해놓고 마구 세금만 거둬들이는 정치적 폐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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