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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바리 ‘88둥이’ 김현우의 피멍투혼
한국 레슬링 8년만에 金 되찾다
“나보다 많은 땀 흘렸다면
금메달 가져가도 좋다”
경쟁자들도 인정하는
지치지 않는 체력 강점
대회 첫 레슬링 金 결실



시퍼렇게 퉁퉁 부은 눈에 땀방울이 흘렀다. 눈으로는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이지만 오히려 금메달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짧은 기합과 함께 숱한 땀방울을 만들어낸 온몸의 근육이 역동 치는 순간, 상대는 버티지 못하고 넘어갔다.

한국 레슬링의 기대주 김현우(24ㆍ삼성생명)가 런던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김현우는 8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전에서 타마스 로린츠(헝가리)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김현우는 1세트 파테르 수비 상황에서 방어에 성공해 1점을 얻었다. 반대로 파테르 공격에 나선 2세트에선 주특기인 측면들어던지기로 2점을 땄다. 언뜻 성공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심판은 로린츠가 김현우의 다리를 건드려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김현우는 포효했다. 땀냄새가 진동하는 매트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넙죽 큰절을 올렸다. “나보다 많은 땀을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던 김현우가 바치는 최고의 예우였다.

강원고와 경남대 시절 최강으로 군림한 김현우는 그러나 2010년 국가대표로 뽑힌 뒤엔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2회전에 탈락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은 레슬링에서의 노골드로 인한 비난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 같았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김현우를 일으켜 세운 스승은 2000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 주인공 김인섭 코치였다. 기술뿐 아니라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일깨워준 스승의 가르침에 김현우는 마음을 다잡았고 더욱 악바리 근성을 키웠다. ‘심장을 토할 것’ 같은 태릉선수촌 훈련도 올림픽 시상대의 영광을 생각하면 웃음으로 바뀌었다. 김현우와 맞붙은 외국 선수들은 그의 지치지 않는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동메달은 김현우의 등장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김현우의 금메달로 한국 레슬링은 2004 아테네 올림픽 정지현(삼성생명)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다시 찾았다. 레슬링은 한국 올림픽 도전에 있어 굵직한 영광을 만들어낸, 효자 종목이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1988 서울 올림픽에선 무려 9개의 메달을 쓸어담았다.

그러나 2004년 아테네 대회 금메달 2개를 받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레코로만형 삼총사’ 가운데 최규진(55㎏)과 정지현(60㎏)이 빈손으로 돌아서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1988년 승리의 기운을 안고 태어난 ‘88둥이’ 김현우의 금메달이 더욱 값진 이유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런던=올림픽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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