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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주국의 몰락’ 스포츠에 더이상 ‘국기(國技)’란 없다
[헤럴드경제=고재영 인턴기자]2012 런던 올림픽에서 더이상 ‘국기(國技)’란 없었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은 남자 유도 ‘노 골드’의 굴욕을 맛봤고,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는 ‘노 메달’,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4강 진출 실패’로 자존심이 구겨졌다.

일본은 유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출전한 열 한 번의 대회 중 사상 최초로 남자 유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시노하라 신이치 일본 남자 유도 감독은 지난 5일 일본의 스포츠지 데일리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나의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고, 이에 데일리스포츠는 “감독에게는 결과가 요구된다. 빡빡한 합숙훈련 스케줄로 선수들의 피로를 축적시켜, 정작 실전에서 힘을 쓸 수 없게 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올림픽 전부터 선수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시노하라 감독의 훈련에 대한 불만과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는 내용으로 사상 첫 ‘노 골드’ 사태를 되짚었다.

유도 종주국인 일본을 대신해 ‘유도 강자’로 등극한 나라는 한국과 프랑스, 러시아였다. 이들 세 나라는 이번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2개씩을 가져가며 ‘절대 강자’가 사라진 유도판을 재편했다. ‘3강 구도’였다. 한국의 경우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 이후 16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으며, 프랑스는 금메달 2개, 동메달 5개로 중량급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유럽 유도 최강자의 자리를 지켰다. 러시아는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에 종주국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1일 “러시아 남자 유도가 일본을 꺾고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푸틴 대통령의 유도 강화 정책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사진=런던올림픽공동사진기자단

‘축구 종가’ 영국은 대한민국 대표팀에 의해 4강 진출 좌절의 쓴맛을 보게 됐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4개 팀으로 나뉘어져 있던 축구 대표팀을 52년만에 단일화한 영국은 올림픽 개최국이자 축구 종주국으로서 금메달을 향해 출격했지만 축구 ‘변방’에 불과한 한국에 패하고 말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자 보도를 통해 “오늘밤 축구가 ‘기타 뉴스’로 밀려났다”며 자국 축구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고, 한국 대표팀의 실력에 대해 “빠르고 위험한 상대”라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지동원의 선제골에 대해선 “지동원은 지난 시즌에 소속팀인 선덜랜드와 멘체스터 시티 간의 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넣었다. 그 모습이 이번 경기에서 또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영국 언론들은 그동안 세계 축구는 유럽과 남미 국가들이 패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이번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4강에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진출하면서 “아시아 축구 시대”가 도래했음을 예견했다. 가디언은 같은 날 칼럼을 통해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가 금메달을 딴 이후 아프리카 축구가 성공을 이어간 것처럼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아시아 축구가 도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체면을 지키지 못한 스포츠 종주국은 또 있었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유럽의 1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숫자로 펜싱 남자 단체 사브르, 여자 개인 사브르에서 획득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합쳐 총 6개의 메달을 따냈지만 펜싱 종주국인 프랑스는 ‘노 메달’에 그쳐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기록됐다. 프랑스의 스포츠 매체인 sports.fr(스포츠.에프알)은 “프랑스의 굴욕”이라는 제목의 5일자 기사를 통해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프랑스가 펜싱 ‘노 메달’에 그친다면 1960년 로마 올림픽 이후 52년 만의 일”이라며 우려했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획득한 641개의 메달 중 무려 115개를 펜싱에서 획득했던 ‘펜싱 종주국’의 위상을 지킬 수 없게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유럽 중심의 세계 펜싱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한국의 성과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남자 펜싱 단체전의 금메달의 경우 비유럽국가 사상 처음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펜싱 종합 2위를 차지하여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펜싱 종합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중국으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JYKO42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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