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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의 얼굴’ 개그맨 정성호, “박근혜 후보와 콩트하고파…박태환 패러디 준비 중”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의원님들이 진짜로 화를 내시는 거예요. 목소리에 얼굴까지 비슷하니까 감정이입이 되어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풍자 패러디가 모처럼만에 인기다. 최근 시즌2를 끝낸 케이블TV tvN의 ‘SNL(Saterday Night Live)’이 대표적. 통렬한 정치 풍자와 B급 정서의 성인 개그가 국내 안방극장에도 통하는 시대임을 입증했다.

SNL의 성공에는 박근혜 대선후보를 패러디한 ‘박그네’ 역의 개그맨 정성호(38)도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말투, 표정, 옷차림, 손동작 등 영락없는 박 후보 모습인 그 앞에서 특별출연한 이재오ㆍ정세균 의원은 연말 연기대상 수상감 못지않은 ‘리얼한’ 연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본 외우지 마시고 그냥 절 보고 하시라 했더니, 정 의원으로부터 ‘아니! 이 사람이!’라고 애드리브도 터져나왔어요.”

최근 중구 정동 헤럴드경제 본사에서 만난 정성호는 SNL 촬영 후일담을 전하면서 시종 껄껄 웃었다. 생방송인 터라 혹여 두 의원이 큰 화라도 낼까 내심 조마조마했지만, 개그는 개그로 무사히 끝났다. 촬영을 마친 뒤엔 두 의원과 사진도 같이 찍었다. 

“두 분 다 박 후보와 사진 찍어 보는 게 처음이래요. 이 의원은 트위터에 사진 올려도 되냐고 하셨고. 정 의원은 끝까지 뒤돌아보면서 ‘왜 이렇게 똑같지…’하셨죠.”

그는 박 후보 특별출연에 대비한 콩트도 이미 짜놨다.

“그 분이 무대에 나와서 거울 앞에 앉으면 반대편에 제가 나오는 거죠. 그리곤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면서 박 후보가 하고 싶었던 속얘기를 제가 하는 거죠. 너무나 해보고 싶습니다.”

TV 속 정치 풍자 수위는 시청자의 기대를 더러 빗나가곤 한다. 지난해 MBC ‘웃고 또 웃고’에서부터 시작한 ‘박그네’ 연기는 지상파TV에선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대사량이 많지도 않고 그저 눈웃음과 손동작 흉내에 그쳤다. 풍자 강도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소리도 곧잘 듣는다.

“예를 들어 ‘저는 칼을 두려워합니다. 총도 싫고, 칼도 싫고….’ 이런 대사를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큰 웃음을 주지 못하고, 그 사람의 고통을 드러내는 일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저는 뜨뜻미지근하게 장수하는 게 꿈이에요.”

그동안 그가 패러디한 인물은 배우 한석규 이선균 정진영 백윤식 이덕화 임창정 김명민 등 다양하다. 가수 임재범을 딴 ‘정재범’이 가장 강렬하다. 그는 성대모사뿐 아니라 특유의 표정과 동작을 흉내내고, 그 인물을 상황 개그 속에 녹여서 새로운 웃음을 전달한다. 그만의 패러디 개그다.

“성대모사와 패러디는 달라요. 패러디는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인물을 새롭게 창출하는 거죠. 외국에는 패러디 전문배우가 있고, 일본에는 모창만 하는 개그맨이 따로 있지요.”

정성호는 자신을 패러디 전문 개그맨으로 소개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관조’ 목소리를 타고나기도 했지만 알고보면 노력파다. 해당 인물에 관한 동영상 자료 300여편을 반복 시청하면서 그 특징을 주사기처럼 뽑아낸다. ‘박그네’를 만들기 위해 동호회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에도 가입했다.

현재는 박태환 선수 패러디를 준비하고 있다. MBC가 다음달 중순 신설하는 비공개 개그프로그램에서 첫 선을 보이는 것을 목표로, 박선수의 앳된 목소리와 표정, 헤드폰 등 특징을 잡아내 맹연습 중이다.

그는 이번 MBC 신설 코미디 프로그램이 KBS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빅리그’ 같은 공개형이 아닌 비공개형으로 기획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신인 개그맨이 성장하려면 출연하는 개그가 이슈화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 공개 프로가 인기다 보니 비공개는 한계가 있어요. MBC가 개그를 눈에 보이게끔 확실하게 밀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정성호는 개인사업 준비에도 한창이다. 8월 1일 서울 신촌에서 유아와 엄마의 공간인 ‘키즈카페’를 연다. 육아와 생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다. MBC ‘개그야’에서 ‘주연아’ 코너로 뜨기 전 10년 가까이 무명생활을 한 그는 개그맨의 삶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알기에 사업 병행은 가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이다. EBSㆍMBC 등에서 어린이 프로그램에 3년가량 출연했던 그는 이 카페에서 직접 선보일 마술도 따로 배웠다.

26개월과 4개월 된 두 딸을 둔 그는 내년 2월이면 세 아이의 아빠가 된다. 올해 3월 둘째를 출산한 아내가 벌써 임신 8주차다.

“셋째가 나오면 둘째와 11개월 차예요. 그래서 태명도 ‘빠름’으로 지었어요.”
그의 웃음은 딸아이의 얼굴에서 옮겨온 듯 천진해 보였다.

/jshan@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r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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