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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여름, TV는 사랑을 싣고…
SBS ‘짝’ tvN ‘더 로맨틱’ 이어
JTBC ‘꽃탕’ MBC ‘정글러브’ 등
리얼 매칭 프로그램 봇물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
일반인들 출연 신청 줄이어
출연자 자격논란은 숙제로


“이상형이긴 한데 왠지 끌리지 않아요.” “그분한테는 죄송한데 뭔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남자, 여자 좋아하는 데 딱히 이유 없고 여자, 남자한테 끌리는데 마땅한 근거가 없다. 연인의 길게 난 귀밑머리조차 사랑스러워 보일 때 우리는 문득 자신의 마음에 콩깍지가 씌였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처음 만난 이성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싫은 이유를 대라면 열손가락이 모자란다. SBS ‘짝’에서 최강 얼짱 출연자들로 화제가 된 말레이시아 특집에서 단 한 커플을 제외하곤 모두 홀로 애정촌을 떠날 때 이유는 참으로 갖가지였다.

짝맺기의 어려움은 현실이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30~44세 미혼인구는 2010년 기준 76만6000명. 1990년 17만5000명과 비교해 20년 동안 ‘짝 없는 짚신’ 신세는 59만명이 급증했다. 여전히 내 운명의 짚신 한 짝이 어딘가 있을 줄 믿는 전국의 수많은 미혼인구를 배경으로, 올 여름 방송가에 짝짓기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SBS‘ 짝’

▶정글에서, 돌싱끼리, 리얼 TV 매칭 프로그램 전성시대= SBS ‘짝’의 DNA를 가진 후계자들이 줄 잇고 있다. 케이블 채널인 tvN이 지난 2~4월에 방송한 ‘더 로맨틱’, 지난 16일 첫 방송한 jtbc의 ‘두 번째 로맨스 꽃탕’(이하 꽃탕), MBC가 8월에 방송할 파일럿 프로그램 ‘정글러브’ 등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촬영지나 참가자의 성격이 살짝만 다를 뿐 일반인 참여, 야외 촬영, 리얼리티 형식, 마지막 선택의 순간으로 요약되는 포맷이 ‘짝’과 비슷하다.

KBS 1박2일 연출자였던 이명한 PD가 CJ E&M으로 이적한 뒤 만든 tvN의 ‘더 로맨틱’은 영화 ‘비포선라이즈’에서처럼 낯선 해외 여행지에서의 인연을 가정해 그렸다. 터키, 크로아티아, 러시아 등 천혜의 관광지를 배경으로 촬영한 덕에 청량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평을 들었다.

‘꽃탕’은 중년판 ‘짝’을 표방한다. 사랑의 아픔과 상처를 가진 이혼자와 만혼자 10명이 ‘꽃탕하우스’에 입소해 3박4일간 진짜 반려자를 찾아가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다. 첫 방송에선 래퍼 김진표의 내래이션에 따라 빨강, 노랑, 파랑, 보라, 연두 등 색깔로 나뉜 30대 후반~40대 초반의 ‘돌싱’들이 등장, 나이가 들어도 로맨스에 대한 기대는 여전함을 보여줬다.

MBC ‘정글러브’는 무인도인 정글에서 10일간 벌어지는 남녀의 밀착 생활에 렌즈를 들이댄다.

JTBC ‘두번째 로맨스 꽃탕’

▶홍보성 출연, 선정성 논란은 여전= 출연자 자격 논란은 ‘짝’이 방송한 지 1년6개월이 지나고도 여전한 숙제다. 지난 말레이시아 특집에서 한 남성 출연자가 에로배우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출연자는 방송에서 회사 영업담당 과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짝은 이전에도 여성 출연자 한 명이 에로배우 출신으로 알려져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 홍보차 출연한 듯한 인상을 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짝 제작진은 “출연 신청자로부터 재직증명서, 혼인증명서 등 신분증명서가 될 만한 서류를 받는다. 과거 행적까지 파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제작진으로선 까다로운 자격 요건은 곧 섭외의 어려움이다. ‘꽃탕’ 제작진은 “돌싱 출연이라 섭외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트위터, 연애정보회사 등을 통해 출연자를 어렵지 않게 찾았다. 벌써 2기 촬영도 마쳤다”고 말했다.

tvN ‘더 로맨틱’

▶드러내고 싶은 욕구, 엿보고 싶은 심리의 결합= 짝짓기 프로그램은 일반인 참여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제작 자체가 어렵다. 출연 신청이 줄 잇는 데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친숙해진 데다 요즘 만남 자체가 가벼워진 분위기 탓도 있다. 또 1자녀 가구가 급증하면서 타인과의 관계 형성이 서툰 젊은 20대가 TV 매칭 프로그램을 보면서 알쏭달쏭한 이성심리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3~4년 전부터 오프라인에선 연애교습소가 성업이다. 연애 코치사가 데이트할 때 음식 주문하는 법, 대화하는 법까지 일일이 코칭해주는데 TV매칭 프로그램이 성황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또 “출연자의 심리, 사적인 부분을 거의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든다. 출연자의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시청자의 엿보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킨다”고 덧붙였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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