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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生과 死 아슬아슬한 경계, 그게 인생
中 현대미술 작가 가오 레이 초대전


바람이 잔뜩 들어간 고무침대 위에서 독수리(박제)가 먹이를 쪼아 먹고 있다. 고무침대에는 찌그러진 방독면이 연결돼 있다. 도대체 무슨 작품일까?

‘F-09151’이라는 이 설치작업은 티베트, 몽골 등 불교권 국가에서 성행했던 ‘조수장’을 소재로 한 중국작가 가오 레이(32)의 작품이다. ‘조수장’은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천으로 덮은 다음 새들이 쪼아 먹게 하는 풍습을 가리킨다. 길조인 독수리가 시신을 먹음으로써 죽은 자가 환생한다는 신앙에서 유래한 풍습이다. 작가는 그러나 공기(생명을 상징)가 가득 찬 고무침대를 커다란 독수리가 뾰족한 부리로 쪼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종교적 풍습과는 정반대로, 인간의 실제 삶은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로 맞붙어 있지 않느냐고 질문한 작업인 것.

중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신예작가 가오 레이가 국내 첫 개인전을 갖고 있다. 본질과 외형, 허구와 실재, 개인과 권력 등이 이원화된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하며 병치와 비의인화 등의 기법으로 독특한 작업을 선보여 온 그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아라리오갤러리 청담에서 초대전을 연다

중국작가 가오 레이의 작품 ‘A-9_2012’.

가오 레이는 중국 정부가 1가구 1자녀 정책을 편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바링허우(八零後) 세대’에 속하는 작가. 중국의 급격한 경제성장의 수혜자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란 바링허우 세대 작가들은 이전 세대와는 달리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전 세대 작가들이 회화와 조각 등에 주력했다면 이들은 설치, 미디어, 회화, 사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들의 주제를 펼치고 있다. 가오 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 3m가 넘는 거대한 설치작품에서부터 사진까지 총 22점의 신작을 내놓았다. 작품 ‘T-3217’은 알루미늄 봉에 매달린 4개의 그네로 이뤄졌다. 각각의 그네는 여성의 골반 형상으로, 그 뒤에는 신생아의 머리를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자신 제왕절개로 태어난 그는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는 제왕절개 수술에 대해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이처럼 가오 레이의 작업은 동시대의 사회ㆍ문화적 상황과 현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상현실, 또는 역설적 세계를 빚어내 관람자에게 인식의 틀을 넓힐 것을 주문하고 있다. 8월19일까지. 02) 541-5701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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