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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 선임기자의 art & 아트> 혼자만의 뻘짓, 나를 찾는 초현실세계가 한 공간에
삼성미술관 리움 ‘따로, 또 같이’전시 눈길
아트스펙트럼 2012
올해로 4번째 열리는 기획전
개성강한 젊은작가 8인 참여
한국미술의 미래 엿볼 기회

피필로티 리스트 개인전
스위스출신 세계적 영상작가
관능적 영상에 음악 결합
환상-현실교차 몽환적 분위기


하나의 미술관 안에서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두 개의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삼성미술관 Leeum(리움)은 7월 19일부터 9월 16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 주는 기획전 ‘아트스펙트럼 2012’와 스위스 출신의 세계적 영상작가 피필로티 리스트(50)의 국내 첫 개인전 ‘하늘로 오르다’전을 개최한다. 이 두 전시는 그라운드갤러리와 블랙박스로 구분된 Leeum 기획전시실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국 신예들의 다채로운 기획전과 국제무대를 누비는 영상작가의 신비로운 개인전을 따로, 또 같이 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8명 작가들의 신선한 외침= ‘아트스펙트럼’은 Leeum이 현대미술의 다양성 속에서 한국 미술의 역동적 변화를 살피기 위해 격년으로 펼쳐 온 기획전이다. 올해 4회째에는 김아영, 김지은, 배찬효, 옥정호, 장보윤, 전소정, 최기창, 한경우 등 8명의 작가가 초대돼 3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출품작들은 개인의 정체성에서부터 역사적인 사건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소화한 것으로 한국미술의 미래를 가늠케 한다.

영국에서 유학한 후 사진작업을 펼치고 있는 배찬효(37)는 런던에 살며 동양남성으로서 느끼는 문화적 간극과 당혹감을 사진작업에 녹여냈다. 독특한 점은 그 자신이 서양역사(또는 서양동화) 속 여주인공으로 분해 어색한 부조화를 드러낸다는 점. 이를 통해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수용해 온 서구의 시각문화를 곱씹어 보게 한다. 이번에 선보일 ‘형벌’은 영국 절대왕정기 속 궁정여인으로 분한 작가가 더없이 엉뚱한 반전과 페이소스를 이끌어낸 신작이다. 


김아영(33)은 개항기 사건을 다룬 영상작업을 내놓았다. 당시의 외교문서와 신문기사를 채집한 작가는 영ㆍ미권 배우들을 섭외해 130년 전 영국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한 ‘거문도사건’을 촬영했다. 군함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건축공간을 만들고, 외국인의 시각으로 재단됐던 사건을 재해석한 시도가 흥미롭다. 김지은(35)은 도심개발과 재건축이 끝없이 이어지는 현실을 통해 도시공간과 인간의 함수관계를 천착했다.

반면에 옥정호(38)의 작업은 유머러스하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뻘밭에서 ‘펀(fun) 요가’에 한창인 작가의 모습은 더없이 뜬금없다. 낚시터나 홍대앞처럼 낯익은 장소에서 고대 자연숭배의 자세인 태양예배(요가의 기본자세)를 취하는 모습 또한 ‘혼자만 심오한 뻘짓’이란 점에서 즐겁게 다가온다. 

스위스의 미디어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의 설치작업 ‘하늘로 오르다’. 인체 구석 구석을 여행하던 눈(眼)이 바라본 바깥풍경을 담은 작품으로, 전시관 전체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왼쪽사진은 한국 신예작가의 작업을 한데 모은 ‘아트 스펙트럼’에 출품된 배찬효의 신작‘ 형벌’. 남성인 작가는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였으나 곧 처형되는 앤 볼린으로 분했다.     [사진제공=Leeum]

▶치유와 성찰의 공간이 된 블랙박스= 공중에 붕 떠있는 전시실인 Leeum의 블랙박스는 이번에 스위스가 자랑하는 미디어아티스트 피필로티 리스트 차지가 됐다. 그의 신작 ‘하늘로 오르다’가 설치된 것.

페미니스트적 시각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관심을 도발적으로 구현해 온 작가는 눈부신 색채와 관능적인 이미지에 음악을 결합시킴으로써 환상과 현실을 부드럽게 넘나들곤 한다. 그의 작업은 새털처럼 가볍고 장난스러운가 하면, 불안하고 슬픈 정서도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인간의 눈처럼 생긴 타원형 렌즈가 몸 안을 여행하거나 바깥 풍경을 유람하며 쏟아내는 영상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전해준다.

넉대의 프로젝터에서 쏟아져나오는 영상이 투영된 36개의 반투명 천 사이를 걸어다니며 관람객들은 귀로는 오르골 소리를 듣고, 눈으론 영상을 보며, 가슴으론 자신의 정체성을 만나는 색다른 예술체험을 할 수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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