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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배트맨…“상상 그 이상”
베일 벗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19일 개봉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메가폰
배트맨 시리즈 마지막편

뛰어난 영상미·스토리텔링 압도
3000억원투입 ‘블록버스터 끝판왕’

‘포스트 9·11 뉴욕’ 이미지 투영
美 현대적 영웅신화 다시 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달콤한 카페라테였고 ‘어벤져스’가 톡쏘는 탄산음료였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입 안에 묵직하게 잠기는 에스프레소였다. 식도를 화끈하게 타고 내려가는 보드카였다.

속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19일 개봉)에서 배트맨의 운명은 다시 악한의 손아귀에 들지만, 적은 이번에도 영웅의 숨통을 당장 끊지 않는다. 새로운 악당 ‘베인’(톰 하디 분)은 말한다.

“넌 죽음을 바라고 있지만 난 너를 죽이지 않고 고통 속에 있게 할 것이다. 내가 지옥 같은 감옥에 있을 때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위로 보이는 바깥 세상,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너는 이제 고담 시민들이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서로를 살육하게 되는 걸 지켜보게 될 거야.”

태초에 악이 있었고, 영웅은 창조됐다. 영웅의 존재 근거는 선이 아니라 악이었다.

배트맨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로 돌아왔다. 배트맨 영화 시리즈 중 미국 영화계의 천재 감독으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은 세 번째 작품으로 ‘배트맨 비긴스’ ‘다크 나이트’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전편 후 8년이 흐른 고담시. 조커도 없고 배트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얼굴에 마스크를 쓴 잔인한 악당 베인(톰 하디 분)이 나타나면서 도시는 또다시 혼돈에 휩싸인다. 세상으로부터 은둔했던 억만장자 부호 브루스 웨인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벗어놓았던 배트 수트를 입는다.

마치 ‘양들의 침묵’에서 가면을 쓴 앤소니 홉킨스의 소름끼치도록 차갑고 잔혹한 얼굴에 거대한 근육질의 몸매를 붙여놓은 것 같은 존재감의 악당 베인을 비롯해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브루스 웨인의 핵에너지 개발 사업을 후원하는 여성 거부 미란다 테이트(마리옹 코틸라르 분), 베인과 배트맨을 오가는 천재 도둑 ‘캣우먼’ 샐리나 카일(앤 해서웨이 분),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경찰이 된 블레이크(조셉 고든 레빗 분). 이들은 모두 비극적인 개인사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가진 인물이며 배트맨-베인의 대결과 얽히면서 반전의 주인공들이 된다.

요절한 배우 히스 레저의 명연기와 함께 당대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은 전편 ‘다크 나이트’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뛰어난 영상미와 스토리텔링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약 3000억원에 이르는 제작비 규모도 놀랍지만, 그에 버금가는 방대한 이야기의 빈틈 없는 구성과 전개는 최근 블록버스터에서도 보기 드문 성취다. 전편 ‘다크 나이트’는 황폐한 그라운드 제로, ‘포스트 9ㆍ11의 뉴욕’ 이미지를 투영시키며 절대악의 묵시록을 썼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어둠 속에서 부활한 영웅을 통해 명암이 교차하는 미국의 현대적 ‘신화’를 재건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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