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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사의 품격은…에피소드가 백미…놓치지 않는 걸로~!”
드라마 프롤로그·에필로그도 또 다른 재미
화제 드라마 SBS ‘신사의 품격’은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담은 프롤로그도 화제다.

한국 남성판 ‘섹스앤더시티’로 불리는 이 드라마는 41살의 건축가, 변호사, 카페 사장 등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싱글남과 다름없는 삶을 사는 네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인코스는 4인 4색의 꽃중년 로맨스지만, 드라마의 백미는 에피타이저 격인 5분짜리 에피소드. 장동건(김도진 역), 김수로(임태산), 김민종(최윤), 이종혁(이정록) 등 넷이 X세대로 불렸던 대학시절을 회상하거나 일상에서 겪는 ‘남자 공감’ 상황을 코믹하게 펼쳐보이는데, 한 편의 시추에이션 코미디가 따로 없다. 김은숙 작가의 개그작가 못지않은 개그감각이 담긴 반전과 촌철살인 대사가 일품이다. 인터넷에선 신사의 품격 프롤로그 모음이 따로 등장했을 정도로, 반향도 크다.

이렇게 별도의 에피소드로 드라마의 인트로와 엔딩을 장식하는 드라마 형식이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3월에 방송한 SBS ‘샐러리맨 초한지’가 시초다. 중국 초한지의 영웅을 현대 직장사회로 무대를 옮겨 온 이 드라마는 극 말미에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코믹한 1~2분짜리 에피소드를 붙여 큰 인기를 끌었다. 종편채널에서 방송된 ‘러브어게인’, tvN이 오는 24일 첫 방송하는 ‘응답하라1997’도 극 전개와는 다른 부록편을 싣는다.


▶복고에 빠진 드라마, 번외편으로 추억담기= ‘신사의 품격’은 중년남자의 판타지 드라마다. 문화 소비의 주류로 떠오른 남성 40대의 향수를 적절히 자극한다. 1990년대 초반 학번이라면 기억할 앞머리를 잔뜩 세운 헤어스타일, PC방과 스타크래프트의 황제 임요한, 당구장과 영웅본색, 드라마 ‘모래시계’와 자취방 등이 프롤로그의 주제로 등장해 큰 공감을 얻었다. 장동건 주연의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주제가, 김민종의 히트곡 등이 배경음악(BGM)으로 쓰이며, 장동건과 김민종은 “나 아직 죽지 않았어”란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들보다 앞선 선배들의 중장년 첫사랑을 다룬 JTBC ‘러브어게인’ 에필로그는 남녀주인공의 순수했던 고등학교시절로 돌아간다. 양 갈래로 곱게 땋은 머리에 교복을 입은 여주인공의 수줍은 미소 위로, 해바라기, 윤형주, 이선희, 김광석, 윤종신 등 추억의 옛노래들이 어쿼스틱 기타 연주에 따라 LP음반을 틀 듯 흘러나왔다.

tvN의 16부작 시트콤 ‘응답하라 1997’은 HOT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한다. 극의 줄거리는 1997년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지만, 매회 인트로와 엔딩은 현재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난다. 신원호 PD는 “매회 당시 인기곡을 주제곡으로 넣고, 인트로와 엔딩은 2012년으로 구성해 도입이나 반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자, 구본승, 안재욱, 임창청, R.e.f, 영턱스클럽, 리아 등의 당시 히트곡들은 현재 나이 33세에게 ‘고딩’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소설이나 희곡의 액자식 구성처럼 드라마 속에 곁가지 이야기를 극의 앞이나 뒤에 배치하는 형식이 인기다. 이런 프롤로그나 에필로그는 시청자에게 깨알같은 재미를 주면서 시청자를 70분간 계속 붙드는 힘을 발휘한다. 사진은 SBS ‘신사의 품격’에서 “~걸로”체 유행어를 낳은 배우 장동건.

▶프롤ㆍ에필로그 장치, 시청자를 붙들다= 프롤로그, 에필로그는 시청률을 높이는 기능적인 역할도 한다. ‘신사의 품격’의 프롤로그는 국민 예능 KBS ‘개그콘서트’의 ‘생활의 발견’ 또는 ‘용감한 녀석들’ 등 인기 코너 방송 시간대와 겹친다. 그런데 때론 개그 코너보다 더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장동건이 단체미팅에서 폭탄녀를 피하고자 혀짧은 소리를 내거나, 김민종이 소녀시대 수영의 사인을 얻기 위해 소녀시대의 춤을 따라하며 망가지는 모습에 시청자는 자지러진다.

1990년대 대스타였던 장동건과 김민종의 실제 배우로서의 모습을 극에 그대로 살려 소소한 재미를 준다. 장동건 주연의 영화 ‘친구’를 패러디하는 식이다.

‘신사의 품격’은 지난 15일 전국 시청률 26%(TNmS 기준)를 기록해 3주 연속 ‘개그콘서트’를 눌렀다. 프롤로그의 인기는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으로도 꼽힌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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