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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최희조> 경제민주화 넘어 경제선진화로
재벌 전횡 철저히 다스리되
발전 가능한 대안 병행돼야
원론적 필요성만 앞세운
포퓰리즘에 사로잡혀서야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의 한 고위층 인사가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말한 사실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때는 물론 지금도 설득력이나 공감을 주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진국이 됐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러나 그런 인증은 남이 해줘야지, 스스로가 그렇다고 해서 선진국으로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와 같은 어느 한 가지 부문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정치, 사회, 문화, 국민의식 수준 등이 총체적으로 거기에 걸맞아야 한다. 경제만 떼놓고 보더라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이 정도 수준으로 선진국이라 하기는 어렵다.

오는 12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제민주화를 대선 핵심 쟁점으로 내걸고 국민 지지 획득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지금까지 내놓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집단(재벌) 개혁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출마 공식선언 자리에서 국민행복 3대 핵심과제 중 경제민주화를 첫손에 꼽았다.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경제민주화ㆍ재벌개혁에 당의 명운(命運)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경제민주화든 재벌개혁이든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일반적이고 원론적인 필요성을 앞세워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정권획득 표심잡기, 이른바 표(票)퓰리즘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기업 오너의 독단과 전횡을 바로잡는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 청산한다는 점에서도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어려운 점은 어떻게 하면 기업을 일으켜세워 우리 경제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가 만에 하나 교각살우(矯角殺牛)하는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오게 해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는 필요하지만 경제선진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못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잘못을 보고도 과거처럼 재벌을 살살 다루고 오너에 대해서만은 죄를 지어도 사면해주자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잘못은 철저히 다스리되 경제를 성장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실행 가능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경제만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에서 경제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 세계 경제는 1929년대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내려진 상태다. 우리 경제는 대외 요인에 아주 취약하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를 어렵게 넘겼다. 우리는 그 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 특히 중소사업자들과 소시민들의 생사를 넘나든 경제적 고통을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또 어떤 최악의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 선진국으로 올라설 것인가, 아니면 그 문턱에서 주저앉고 말 것인가. 그 기로에 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정치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정치개혁 없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국회의원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누가 했는가. 바로 정치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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