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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이 꿈꾸는 행복에 전염되다
70년대 우리에게 ‘행복’이란 단어는 딴 세상 말처럼 들렸다.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 그건 한가한 타령에 불과했다. 유신체제 민주화 투쟁 속에서는 그 말은 ‘나이브한’ 정신상태를 보여 주는 금기어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젊음들은 몰래 꿈꿨다. 행복이란 이름으로 담을 수 있는 자유, 떠남, 태양을. 프랑스 문학을 국내 소개하는데 앞장서 온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산문 ‘행복의 충격’은 그런 젊음들을 꿈꾸게 했다. 1975년 6월 민음사에서 출간된 ‘오늘의 산문선’에 포함된 이 산문집은 37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된 적 없이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행복이란 단어가 화두가 된 시대에 다시금 출간된 ‘행복의 충격’은 여전히 낯설다.

1969년 29살의 김화영은 지중해로 떠난다. 저자는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그 공포를 지불하는 순간에 가슴을 진동시키는 놀라움을 향해 떠나는 것이다”며, 관광과는 다른 고독과 진정한 자유의 연장으로서 여행이란 말에 무게를 둔다.

무엇이 행복인지 알지 못하였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그에게 프로방스는 낯설었다. 저자는 “여기서는 행복이 완만한 속도로 꽃향기처럼 스며나오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행복의 외침으로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이 열린 풍경, 아무것도 감춘 것 없는 전라의 풍경 속에서, 나는 오직 어리둥절했을 뿐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연과 대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까뮈, 장 지오노, 로르카 등 풍성한 인용과 신선한 은유, 의외의 깨달음 등이 어우러져 화려한 춤곡을 듣는 듯한 행복에 전염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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