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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연극 아닌 연극, 그 한계 실험”
서울변방연극제 기획자 임인자 예술감독
변방이란 비주류 아닌 최전방 예술
난개발 등 사회성 짙은 메시지 담아


“자신이 하고 싶은 실험들, 얘기하고 싶은 목소리, 이런 것들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큰 역할이죠.”

지난 4일부터 ‘연극없는 연극, 정치없는 정치’란 주제로 판을 벌이고 있는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의 임인자(37) 예술감독은 연극의 거침없는 실험성에 힘을 실었다. 연극과 정치라는 미묘한 주제를 실험적으로 펼쳐내고 있는 연극 15편이 선보이는 이번 연극제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거니는 맛이 있다. 임 감독은 “정치는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변방연극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의 문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연극제를 만드는 작가, 배우, 연출가들은 그동안 자신이 하지 못했던 실험적인 시도들을 이 같은 연극제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임 감독이 말하는 ‘변방’이란 의미는 주류와 떨어진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무대미학, 중심에서 봤을 때 최전방에 선 예술”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불가능한 것들의 가능성을 보고 낯선 것을 추앙하는 연극이 아닌 모든 것의 연극제가 변방연극제”라고 봤다.

올해는 광주 항쟁의 목소리를 담은 ‘일어서는 사람들’, 청라 신도시의 난개발을 보여주는 ‘뉴홈’, 4대강의 개발을 피한 하천의 모래 25t을 한강 반포지구에 쏟아붓는 ‘모래’, 성북동 판자촌 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이한 마을버스 여행-성북동’, 땅을 소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움직이는 집’ 등 15개 작품들을 준비했다. 이번엔 ‘새 연극학교’란 세미나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하지만 ‘변방’인 만큼 연극제를 기획하기가 그리 수월한 건 아니었다. “지원기관에서도 ‘변방’이란 단어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표면상으로 드러난 단어의 어려움이 기업협찬이나 기관 후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때 장애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한가지 반가운 건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임 감독은 “예전에는 새로운 것을 모험하는 예술가를 지지하는 연극제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연극제를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강예술상을 받은 윤한솔, 동아연극제에서 새개념연출상을 수상한 김현탁 등 변방연극제를 거친 사람들이 이들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예산도 4배나 늘어나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많은 시도들을 할 수 있게 됐다.

설치 연극, 체험형 연극 등으로 관객 참여가 많은 연극 장소 섭외도 의외로 잘 풀렸다. 광화문 광장, 한강 둔치, 청라지구, 성북동 판자촌 등에서 다양한 공연이 선보인다. 임 감독은 “변방연극제가 주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며 “기획자로 참여하지 않았으면 많은 것들을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변방연극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한치의 의문도 갖지 않았다. 그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변방연극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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