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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판화를 아세요?”고(古)판화 특별전 열린다
[헤럴드경제=이영란 기자]한국의 고(古)판화 특별전이 열린다. 서울 평창동의 가나아트갤러리(회장 이호재)는 ‘목석(木石)으로 찍은 우리의 옛그림’전을 오는 17일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개막한다.
이 전시는 서화, 도자기 등에 비해 거의 조명받지 못했던 조선및 일제강점기 판화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전시다.
조선시대에도 판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반 없다. 그러나 옛 선조들은 일본 우키요예(다색판화)에 못지않게 다양한 판화를 제작해 각종 행사를 기록하거나, 장식 또는 기복, 교화 등에 썼다. 다만 오늘날 잘 전해지지 않고 있어 우리에게 생소할 뿐이다.

우리 민족은 751년(경덕왕 10)무렵 간행된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물 ‘무주정광대다라니경’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철’같은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목판및 금속활자 제작, 인쇄 부문에서 단연 앞선 국가였던 것.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고판화에 대한 미술사적인 연구나 검증작업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고려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극락보탑 목판화(작은 부처상을 이어 탑모양으로 만든 판화로, 신도들 사이에선 탑이나 불상을 만들 때 그 안에 넣으면 복을 받고, 망자(亡者)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관 위에 덮었던 판화)를 비롯해 조선시대 목판화와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근대 석판화 등 200여점이 나온다.

고(古)판화가 이처럼 대규모로 전시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출품작은 한국 ‘현대판화 1세대’이자 파리를 무대로 활동했던 재불화가 고(故) 이항성 화백(1919-1997)과 그의 아들인 이승일 전 홍대 판화과 교수(66)가 2세대에 걸쳐 50여 년간 수집한 것들이다.
이들 부자(父子)는 자칫 사라져버릴 한국의 고판화를 지켜내고, 후대에 이를 전하기 위해 조선시대 목판화및 석판화 800여점을 지속적으로 수집했다. 전시에는 국내 최대의 고판화 컬렉션으로 꼽히는 이들의 컬렉션 중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희소성이 있는 판화와 능화판, 전종류, 탁본 등이 망라됐다.


출품작 중에는 희소한 작품이 여럿이다. 대동강이 흐르고 모란봉이 우뚝 서있는 18세기 후반 평양성 일대를 세밀하게 그린 8폭 병풍 ‘평양기성도’는 얼핏 보면 회화 같으나 일일이 목판을 파내 제작한 판화다. 이 병풍은 국내 옥션에 나온 것을 이승일 교수가 낙찰받은 것이다.
화조도, 이어도 등 민화를 판화로 제작해 장식용으로 썼던 ‘민화 판화’는 그 섬세한 기법과 회화성이 뛰어나 주목된다. 이밖에 산수화, 풍속화, 천문도(天文圖), 지도, 삼강행실도, 불경, 부적까지 조선시대에 판화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제작됐다. 왕실행사를 기록한 의궤(儀軌)도 또한 목판화로 제작해 여럿이 나눠 보았음을 알 수 있다.

조선말에 접어들면 사진을 이용한 석판인쇄술이 발달하면서 목판화 대신 석판화가 활성화됐다. 초상 석판화도 이무렵부터 유행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구한말 순국지사 민영환(1861~1905)의 사진과 그의 유서, 대나무 그림을 석판인쇄한 ‘민영환 혈죽도(血竹圖)’가 출품될 예정이다.



이승일 교수는 “한국판화 1세대 작가셨던 선친(이항성 화백)께서는 작업하시는 틈틈이 인쇄소를 운영하시며 동료작가들의 판화를 찍어주시곤 하셨다. 동시에 우리 고 판화에 애정을 가지시고 지속적으로 수집하셨다"며 "어린 시절부터 이를 보고 자라는 바람에 나 역시 자연스럽게 판화가가 됐고, 고판화 수집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문화민족으로서 세계에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게 바로 활자문화이고, 그 핵심은 목판화이다. 그럼에도 고(古) 판화에 대해선 관심과 연구가 너무 미흡해 이렇다할 전시및 서적조차 없어 아쉬웠다. 전시를 계기로 고판화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선 목판화 연구로 일본 교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던 이 교수는 전시에 발맞춰 ‘木石(목석)으로 찍은 우리의 옛그림’이라는 책자도 출간했다. 17일 오후 5시 개막식에서는 출판기념회도 열린다. 전시는 8월5일까지. 02)720-1020.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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