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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지만…” 무용지물 ‘성적이의신청’, 교수-학생 불화만 초래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서울 A 사립대 공과대학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이모(24ㆍ여)씨.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학점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일부 과목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전공과목은 4번의 과제를 모두 제출하고 결석도 하지 않았으며 시험도 모두 치렀지만 F학점을 받았다. 낮은 성적이 의아했던 이씨는 성적이의신청기간에 교수를 찾아갔다. 평가 기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교수는 “너의 태도가 불량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후 2-3차례 교수실을 방문했지만 교수의 반응은 냉담했다. 무릎까지 꿇었지만 소용 없었다. 성적 정정은 고사하고 마음의 상처만 남았다. 이씨는 “연구실에 찾아온 나를 보고 교수는 ‘누구시냐’고 물었다. 학생 얼굴 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평가의 근거를 ‘태도불량’이라 말하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름 방학을 앞둔 대학가는 ‘성적이의신청’ 기간이 한창이다. 교수가 최종 성적을 확정하기 전 학생이 자신이 받은 성적에 대해 정식으로 교수에게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기말고사가 끝난 6월말-7월 초순께 3-5일 정도 진행된다. 학생의 이의신청이 타당할 경우 성적 정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성적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대학생들의 항변이다. 이의신청 기간에 교수와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부터 이의 신청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의신청 기간이 끝날 때까지교수가 성적을 입력하지 않아 학생들의 이의신청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있다.

실제로 지난 29일 서울 연세대ㆍ이화여대 교정에서 만난 학생 25명 중 절반이 넘은 17명의 학생들이 “성적이의신청을 해본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이들 중 실제로 성적을 정정한 경우는 3명에 불과했다.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지난 학기에 교양 과목 교수에게 성적이의신청 메일을 보냈지만 답메일 조차 받지 못했다. 무조건 성적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 평가의 근거를 알고 싶은어서였는데 답도 듣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학생들의 성적이의신청이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과목이 상대평가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의 이의신청을 수용하기가 어렵다. 또 출결상황 체크가 잘못되는 등 일부 객관적인 오류를 제외하곤 평가 자체가 뒤바뀔 만큼 큰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다.

하지만 이의신청 기간에 임시 평가 결과를 입력하면 학생들의 문자와 전화 세례가 빗발친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하루에 수십번씩 대화를 걸어오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충북 B사립대 영문과 모 교수는 “평가를 올리기가 무섭게 학생들로부터 문자와 전화가 걸려온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의평가 때 악의적인 글을 남기는 학생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C사립대 신문방송학과 모 교수는 “서술식 평가가 주로 이뤄지는 과 특성상 학생들이 성적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오는 경우가 더 많다. 일부 교수들은 ‘객관식 시험만 제출해야하나’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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