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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허리띠 졸라매는 재계, 고삐 풀린 夏鬪
결국 주요 대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략시장 점검, 긴축경영 등이 화두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로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은 결과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9곳이 머잖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둘러 계획을 수정하고 목표치도 낮추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 지시로 한 달 일찍 해외법인장 전원을 불러 비상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경쟁사들에 비해 미주ㆍ유럽 등지에서 잘나간다는데도 워낙 시황이 불안한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경우 한국산 자동차엔 위기가 곧 기회지만 유럽권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도 엊그제부터 사흘간 기흥 나노시티에서 글로벌전략회의를 열었다.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유럽 국가들을 둘러본 이건희 회장은 ‘생존전략’을 주문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의를 한 달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일부 자산매각을 검토 중이고, 한화 등 여타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비즈니스 행보는 글로벌 시황에 리얼타임으로 반영되고 있다. 우리 기업 위상이 국제적인 품격을 갖춘 결과다. 이런 기업들이 뒷걸음칠 정도면 경영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어렵지 않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도 27일 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들은 그리스 등 일부 유럽권 국가가 채무 불이행에 빠지고, 하반기엔 세계 경제가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상 불투명한 미래만큼 불안한 요소는 없다. 골 깊은 불황은 곧 소비수요 침체로 이어진다. 유럽에 이어 허약해진 미국 경제, 성장둔화에 빠진 중국 경제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엔 치명상이다. 이러니 구조조정 칼바람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대기업 80%가 필요하면 인력감축을 고려하겠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GM은 1차에 이어 100여명의 추가 명퇴자를, GS칼텍스는 외환위기 이후 14년 만에 역시 영업인력 희망퇴직자를 고르고 있다.

기업의 미래는 양질의 인력 확보와 투자를 담보로 하나 되레 감원이 대세인데도 지금 우리 사회는 고질적인 하투(夏鬪)에 휩쓸리고 있다. 화물연대가 파업 중이고 건설노조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택배업계도 금속노조도 조만간 들고 나서겠다고 한다. 8월에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나선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퍼펙트 스톰(유로존 붕괴 및 글로벌 신용경색)을 제대로 당해봐야 성이 찰 것인지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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