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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석,연예계 최고의 ‘멀티플라이어’
-평범함을 위대한 성과로 이끄는 기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멀티플라이어’(multiplier)가 상대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팀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리더를 뜻한다면 유재석이야말로 연예계의 대표적 멀티플라이어라 할 수 있다.

방송계, 특히 예능계에서는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의 역량도 크게 중요해졌다. 예능 프로그램이 리얼 버라이어티화하고, 토크쇼도 버라이어티화하면서 재능있는 사람을 끌어모으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하는 사람의 역할이 긴요해졌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나오는 사람들은 단순한 MC나 게스트가 아니라 갈수록 캐릭터가 쌓이고 갈수록 마음을 나누며 친해지는 ‘멤버’가 되어야 한다. 멤버들끼리의 관계에서 시너지가 발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를 맺는 힘과 소통하는 힘이 좋은 멀티플라이어여야 한다.

유재석은 ‘무한도전’과 ‘런닝맨‘에서 최고의 소통력을 발휘해 프로그램을 인기 예능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특히 2010년 7월에 첫방송된 ‘런닝맨’은 초기만 해도 캐릭터도 약하고 게임도 식상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팀이 똘똘 뭉쳐 결국 100회를 달성했고 킬러콘텐츠로도 자리매김했다.

‘런닝맨’이라는 게임 버라이어티에서 공헌도가 가장 높은 인물은 역시 ‘유혁’ ‘유르스 윌리스’ ‘유임스 본드’ 등의 캐릭터를 지닌 유재석이다. 멤버들을 워낙 잘 끌어주는 유재석은 나무와 숲 모두를 볼 줄 안다. ‘기린‘ 이광수, ‘능력자’ 김종국, ‘개리쒸’ 개리, 멍지효’ 송지효, ‘왕코형님’ 지석진 등 각자의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평소 멤버들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이들의 특성을 끄집어내주는 게임메이커 유재석의 공헌도가 적지 않다.

최근 ‘런닝맨’에 게스트로 나온 이태곤이 5살이나 더 많은 유재석에게 반말을 하고 툭툭 치며 무례를 범해 보기 불편했다는 등 태도논란이 있었지만, 그런 불편한 상황마저도 예능화시키는 유재석으로 인해 논란 확대를 막을 수 있었다. 


유재석이 처음부터 ‘멀티플라이어‘의 자질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서세원 등 MC가 권력을 쥐고 흔들던 시절 유재석은 코너 진행자나 리포터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오랜 무명 시절을 겪으며 좌절하지 않고 겸손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했다. 유재석은 언젠가 기자에게 “무명 연예인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서세원은 당시 게스트들을 쥐락펴락하며 현란한 입담으로 예능 MC로 군림했다. 이런 최고의 인기예능MC도 어느 순간 갑자기 프로그램에서 쫓겨나듯 물러냐야 했다. 토크쇼의 권력이 진행자에서 게스트로, 제작진에서 시청자로 넘어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흐름을 가장 잘 간파하고 시청자에게 겸손하게 다가간 MC가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MC와 게스트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진행자다. 그는 상대를 골탕먹이는 개그는 어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를 편안하고 친근한 ‘착한 진행‘으로 이끌면서 국민MC에도 등극했다.

유재석은 남을 놀리기도 하지만 자신은 더 망가질 줄 아는 배려형 MC로, 어떨 때는 진행자와 게스트가 한데 섞여 노는 ‘놀자형’ MC로 자신의 진행 스타일을 특화했다.

유재석은 자신이 ‘난처해하는 상황’을 시청자들이 즐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옆에서 자신을 괴롭혀주는 동료가 있을 때 유재석의 진행은 더욱 빛을 발했다. 박명수와 콤비네이션을 통해 웃음을 주고 박명수의 캐릭터도 구축시켜준다. 하지만 유재석은 자기모멸에 빠질 정도로 희화화하는 단계까지 나가지는 않는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저렇게까지 해서 먹고살아야 하나”라는 반응이 나올 리는 없다.

유재석은 흔히 겸손배려형 MC라 불린다. 서번트(섬김형) 리더십으로 말하기도 한다. 자신을 낯춰 상대를 인정해주면 자신은 더 높이 날 수 있다. 그런데 배려형 MC란 단순히 “멋있어요” “대단해요”라고 상대를 띄워주고 칭찬을 남발하는 게 아니다. 배려형 MC의 요체는 상대방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적절하게 띄워줄 수 있는 타이밍을 포착할 수 있다.

유재석이 ‘멀티플라이어’가 될 수 있도록 한 덕목은 역시 MC와 게스트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진행자라는 점이다. 그는 친구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놀면서도 팀장, 반장,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유재석은 팀원들이 어려워하지 않는 팀장이다. 많은 팀장이 팀원보다 한 계단 위에서 팀원들을 끌고간다. 이런 형태로는 팀원들과 팀장 사이에는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재석은 팀원들과 똑같은 높이에 서 있는 팀장이다. ‘무한도전’에서 그 어떤 멤버들보다 훨씬 더 찌질하게 놀다가도 이내 상황을 정리하고 전체를 끌고가는 유재석을 보라. 그렇다고 해도 멤버들이 유재석을 무시하기는커녕 ‘무한재석교’ 교주 내지는 ‘유느님’이라는 극존칭의 애칭으로 불러준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멀티플라이어’가 아닐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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