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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현정 “‘적당한 오해’는 그냥 안고 가려고요” (인터뷰①)
마음 속에 칼을 품고 마지막까지 강렬한 카리스마로 비장한 최후를 맞는 ‘선덕여왕’의 미실도, ‘여배우들’의 까칠하고 솔직한 모습도 없다. 그저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로 대인기피증을 앓는 소심한 여자가 있을 뿐. 영화 ‘미쓰GO(고)’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배우 고현정의 이야기다.

‘카리스마 여왕’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이번 영화에서 선보인 변신은 가히 파격적이다. 중국집에 주문 전화도 못 거는 그의 모습,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그는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 고현정을 둘러싼 “적당한 오해, 안고 가겠다”

‘미쓰고’의 촬영을 마치기까지 무려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촬영 과정에서도 감독이 교체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그는 자신보다도 긴 시간 함께 고생한 제작진, 스태프들을 향한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어떻게든 영화가 만들어져서 다행이에요. 이 영화로 처음 입봉하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이 영화가 무산되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껏해야 같이 밥 먹고, 사진 찍는 일 밖에 없었죠.”

대중들에게 고현정은 항상 까칠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하지만 실제 마주한 그는 ‘미쓰고’ 촬영 당시에도 늘 스태프들과 함께 밥차 밥을 먹을 만큼 소탈했다.

“배우들이랑 감독님이랑 같이 줄 서서 스태프들과 밥차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저는 뭐 영화 촬영할 때는 늘 함께 밥을 먹으려고 해요. 물론 드라마 촬영 때는 워낙 빡빡한 일정이라 시간이 안 돼서 같이 못 먹었지만요. (웃음)”

꽤나 억울했던 모양이다. 전부가 아닌 지극히 일부분적인 성격이 ‘백 프로’ 실제 성격이라고 믿는 대중들에게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사실 내 성격, 그렇지도 않다”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참다 참다 못해서 성질을 부릴 때는 있어도 괜히 그러지는 않거든요. 행동이 많이 조심스러울 것 같다고요? 그냥 적당한 오해는 갖고 가려고요. 제 스스로가 비굴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정면 돌파하는 것이 편하기도 하고요.”

- “‘미쓰고’ 눈물 없이는 못 보겠더라”

고현정에게 이번 영화는 단순한 코믹 영화가 아니었다. 극히 소심한 한 여자가 범죄의 여왕이 되기까지를 담아낸 코믹 영화지만 그는 천수로 캐릭터를 통해 인간 내면의 아픔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 겪어야 하는 한 인간의 고통을 표현하고자 했다.

“영화로는 그게 얼마나 표현됐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이 영화를 눈물 없이는 못 보겠더라고요. 굉장히 ‘쓸쓸’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이 영화를 ‘한 여자의 성장기’가 아닌 ‘한 여자의 극복기’라고 생각해요. 천수로가 밝게 웃으며 끝나는 장면, 잊을 수 없죠.”

고현정 뿐 아니라 이번 영화는 연기파 배우들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고창석까지. 이렇게 환상적인 앙상블은 결코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야 와서 기분 좋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촬영 당시에는 워낙 빡빡해서 기분 같은 건 느낄 여유도 없었거든요. 물론 틈날 때마다 선배님들이 분위기를 띄워주셔서 재밌었어요. 본인들의 연기에만 치중하기에도 벅찰 텐데, 이 분들은 배려를 하시다가도 금방 또 캐릭터에 몰입하시더라고요. 정말 프로다웠어요. 제가 덕을 많이 봤죠.”

그는 이번 작품에서 ‘빨간구두’ 유해진과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사실 완벽한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두 사람의 풋풋한 로맨스는 보는 이들을 설레게 했다. 특히 유해진은 수많은 작품들을 접했음에도 여배우와의 로맨스는 극히 드물었기에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다른 영화에서는 감독님들이 그 분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 못한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유해진 씨의 로맨틱한 모습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본인도 촬영 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는 하시더라고요. 외모 때문에 괜히 웃겨 보일까봐 신경 쓰시곤 했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또 베테랑 배우답게 잘 하시더라고요.(웃음)”

고현정은 유해진을 ‘순둥이’라고 표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추기 전까지만 해도 유해진을 기존의 작품 속 이미지처럼 강단 있고, ‘한 성격’ 하는 배우로 느꼈다고 한다.

“촬영 전에 작품으로만 봤을 때는 워낙 연기를 잘하셔서 실제로도 그런 성격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순둥이셔서, 깜짝 놀랐죠. 술도 좋아하시고, 잘 웃으시고..의외의 모습이었어요. 또 성동일 선배님이 술자리도 자주 만들어 주셔서, 저희 모두 다 화기애애하게 촬영했죠.”

-“강한 이미지, 얻어 걸린 건 아니니까..”

배우들은 이미지를 통해 때론 큰 타격을 입기도 하고, 때론 큰 수확을 얻기도 한다. 사실 자신만이 이미지를 갖게 되는 과정 자체가 어렵다. 그만큼 작품을 통해 남들과는 차별화 된 ‘연기 색깔’을 선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얻는 것 자체가 좋은 거죠. 물론 저는 강한 이미지가 얻었지만, 그 이미지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는 얻으면 영광인 거죠. 거저 얻어진 게 아니잖아요?(웃음) 또 그동안 주로 강한 캐릭터를 맡아서 이번 영화 속 캐릭터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제 잘못인 거죠. 그걸로 변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고현정은 이번 영화를 통해 얻게 된 ‘파격변신’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파격변신이요? 정말 그렇게 보여진다면 다행인데 말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수식어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주위에서 뭐라고 하던 간에 제 점수는 스스로 야박하게 주는 편이에요. 파격변신이라.. 오히려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니까 뽑아진 단어라고 여겨지는걸요?”

그는 솔직하고 진지하면서도 때론 장난스럽게 인터뷰에 임했다. 특히 ‘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유독 빛나는 그의 눈빛은 예능 프로그램 ‘고쇼’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과연 그가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사진 송재원 기자 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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