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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박도제> ‘중금속 물수건’ 쓰레기통서 대책 찾나?
물수건 중금속 검사항목 추가
일회용 물티슈 반사익만 야기
업계 위기 내몰 땜질식 처방보단
사용 규제강화 등 근본대책 마련을


‘쓰레기통 모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비합리적으로 진행되는 의사결정 방식을 말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책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를 때 우연찮은 계기로 쓰레기통에 버려뒀던 대책이 해결책으로 부상하는 방식이다. 그 대책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그나마 대책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일정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쓰레기통 모형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새만금 간척지 사업이다. 지난 70~80년대 농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 사업이 논의됐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13대 대통령 선거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농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호남지역 민심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둔갑하게 된 셈이다. 잘못된 목적만큼 새만금 사업은 20여년 동안 사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달 초 ‘중금속 물수건’ 사건이 있었다. 물수건 세탁업체들이 식당에 공급하는 물수건에서 납과 구리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경찰의 발표였다. 식당에 가면 제일 먼저 나오는 물수건이 중금속에 오염됐다니 국민적인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와 관련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외관, 이물, 대장균, 세균수의 기준만 있는 공중위생관리법상 물수건 위생기준에 중금속 관련 항목을 추가할 계획이다. 물수건에 중금속이 나왔다고 하니, 물수건의 관리 기준을 추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때문에 임채민 복지부 장관도 해당 부서의 고시 개정 요청을 즉시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조치가 중금속 물수건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까. 관련 업계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죄 지은 자의 비겁한 변명으로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유 있는 항변으로 들린다.

우선 이들은 이번 사안을 물수건 업계와 일회용 물티슈 업계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수건 위생기준에 중금속 항목이 추가될 경우 가장 기뻐할 곳이 바로 일회용 물티슈 업계라는 설명이다. 중금속 항목이 포함되면 비용 증가로 물수건 업체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게 되고, 대신에 일회용 물티슈 업체들이 시장 확대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곧 친환경 위생용품인 물수건의 퇴출과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물티슈의 부상을 의미한다.

때문에 물수건에 대한 중금속 검사 항목의 추가보다는 중금속이 포함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위생용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물수건을 식당에서 불판을 닦는 데 사용하지 못하게끔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물수건을 분리 수거해 오염도에 따른 세탁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복지부가 검토 중인 대책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근원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 13년 전에 만들어진 기준을 땜질하는 방식이 아닌, 문제를 근원적이고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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