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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아메리칸 스타일’이신가요? 그 속은 이렇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일요일 오전 8시45분. 그는 문 앞에 배달된 뉴욕타임스 일요판을 집어들며 커피포트에 물을 데운다. 그는 얼마전부터 스타벅스 대신 공정무역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구입하는 데 추가로 2달러를 더 지불해야 하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 추가 비용은 제3세계 저임금 커피 노동자에게 돌아가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테니 말이다. 갓 구운 베이글에 부드러운 음악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일요일 아침이다.

웹사이트 ‘백인들이 좋아하는 것’(http://stuffwhitepeoplelike.com) 개설자 크리스천 랜더의 ‘아메리칸 스타일의 두 얼굴’(을유문화사)은 커피, 유기농식품, 인디영화, 브런치 등 미국 백인이 신성시하는 문화 150가지를 통해 이면에 깔린 그들의 허위의식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더 나은 인간이라 스스로를 구별짓지만 허영에 들뜬 겉멋일 뿐 속은 같다는 얘기다. 저자는 백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방법과 상대하는 요령까지도 상세하게 일러주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풍자와 친절함은 단순히 웃어넘기기엔 날카롭다.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면서도 인디 영화가 우월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그들. 다인종 다문화를 찬양하면서도 내 자녀의 교육만큼은 백인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그들. 제3세계 여행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책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백인의 우스꽝스러운 내면과 이중성은 사회 지성인을 자처하는 많은 이의 얼굴과 겹친다. 

개중엔 “나는 저들과 다르다”며 내심 안심했다면, 다시 한번 검증의 기회가 있다. 책 말미에 부록으로 ‘당신은 얼마나 백인스러운가?’ 테스트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다 보면 가슴 한편이 뜨끔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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