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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럼>배 음악인들의 충고
[임진모 음악평론가]빼어난 춤, 노래 그리고 비주얼로 무장한 우리 대중음악이 바깥에서 K-Pop(케이팝)이란 이름 아래 갈채와 환호를 독점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나가수’ 같은 오디션 프로들은 아이돌 댄스음악만이 아니라 우리한테도 후대에 전해질 명곡이 즐비하다는 것을 확인해줬다. 음지에서 암약하며 다양성과 개성의 힘을 알리는 인디 밴드들도 얼마든지 있다.

얼핏 국내 대중음악은 나름 양호한 상태로 보기에 충분하다. 치명적 단점이 불거지거나 다른 분야에 비해 허약체질이라고 한탄할 수 있는 현실은 결코 아니다. 즐거워할 일은 많으며 스타들은 공백 없이 늘 출현한다. 하지만 펼쳐진 상황에 대한 음악관계자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긍정적 시선 다음에는 여지없이 아쉬움과 우려가 이어진다. 잘되는 것이겠지만 그만큼 걱정이 된다는 말이다. 경험자의 지적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올해로 음악이력 43년인 ‘포크의 전설’ 한대수에게 음악계가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지금은 실력 있는 연주자도 많고 엔지니어도 많고. 이 부분은 상당히 괜찮다고 봐요. 하지만 문제는 음반 산업이 너무 포맷화돼 있다는 거죠. 기획사 중심으로 음악가가 배출되니까 무슨 도너츠 만드는 기계 같아요. 개성이 없어요!”

신승훈, 김건모, 클론을 길러낸 프로듀서 김창환의 충고도 다르지 않다. “우리 음악계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음악을 잘하는 친구가 스타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만들어진 스타가 아니고요. 1990년대 성공한 가수들은 음악이 중심이었어요.” 그는 구준엽과 강원래의 클론을 예로 들면서 두 사람은 흑인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음악이 인생의 전부였던 친구들이라고 강조한다.

지금의 음악이 경제적 성공에만 매몰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할 증거는 별로 없다. 한대수도 똑같은 얘기를 했다. “음악가는 완벽하게 희생할 줄 알아야 돼요.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 유명해지려고, 돈 벌려고 하면 절대 안 돼요. 음악에 대한 완벽한 희생, 음악에 올인하겠다는 집념, 우리 사회를 양호하게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합니다.”

박성연은 재즈 불모지라고 하는 한국에 재즈의 씨앗을 뿌리며 재즈의 대모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얼마 전 ‘말로’를 비롯한 후배가수 7인과 함께 한 ‘생큐 박성연’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에게 34년 활동의 보상이 충분했느냐고 묻자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답이 돌아온다. “저는 여태까지 노래하면서 행복하게 살았거든요. 그게 바로 보상이죠. 그리고 후배들이 흔쾌히 나를 위해 나서주는 이런 공연이 바로 보상 아니겠어요? ”

지금의 음악현장을 맹렬히 뛰는 가수들도 돈과 명성이 다는 아닐 것이다. 개성을 추구하고 음악에 열정으로 임하는 젊은 가수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수치화하고 계량화하는 과잉 상업성은 그들의 노력을 쉬 덮어버린다. 미디어는 그들을 오로지 재미와 돈 그리고 성공으로만 등식화시킨다. 뮤지션의 자세보다 이러한 풍토가 더 문제다.

음악가에게 음악이 전부이자 음악에 헌신하고 있다는 인상을 부각하지 못하면 한때 잘나가더라도 그는 단기에 사라진다. 이게 결과적으로 우리 음악계 전체의 재앙이 될 수 있고 장차 K-Pop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음악인이 음악으로 보상받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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