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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의 맛,…칸의 맛,…결혼의 맛
배우 김효진이 말하는 영화·연기·사랑
돈의 맛
죄책감 가진 재벌가 장녀役
노출보다 감정·표현 어려움

칸의 맛
프랑스 칸 경쟁부문 초청돼
“의상협찬 쇄도 행복한 고민”

결혼의 맛
안정된 일상이 자신감 심어
유지태 감독작 출연 기대감


“칸에 간다니까 다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주겠다면서 의상을 협찬하겠다는 브랜드가 줄을 섰어요. 정말 ‘특별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이죠. 윤여정 선생님과 ‘레드는 어떨까, 골드도 좋지 않을까’ 하면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17일 개봉) 주연 여배우 김효진(28)은 프랑스행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큰 키, 커다란 눈망울만큼이나 웃음이 시원했고, 인터뷰 장소인 서울 삼청동의 5월만큼이나 환했다. 공연한 대선배 윤여정도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결혼한 남편 유지태는 ‘칸 레드카펫의 선배’다. 유지태는 지난 2004년 경쟁부문 초청작인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칸을 방문했다.

“오빠(유지태)는 당시에 처음인 데다 너무 어려서 많은 걸 못 즐겼다고 그래요. 작품과 영화인들을 최고의 대우로 맞는 영화제이니만큼 충분히 즐기고 오라고 하는데, 아직 실감도 안 나고 여유도 없어요.”

‘하녀’에 이어 임상수 감독의 작품으로는 두 번째 칸 경쟁부문 초청작인 ‘돈의 맛’은 최상류층의 부와 성ㆍ권력 등을 향한 탐욕을 담은 작품이다. 김효진은 재벌가의 장녀 ‘나미’ 역을 맡았다. 돈과 권력이 주는 맛에 빠져 평생 추잡한 뒷거래를 해야만 했던 재벌 아버지인 백회장(백윤식 분), 재산을 상속받기 위해 늙은 아버지에게 젊은 여자를 갖다바칠 정도로 탐욕스러운 안주인 금옥(윤여정 분), 백씨 집안의 은밀한 뒷일을 도맡아 하며 돈맛을 알아가는 젊은 비서 영작(김강우 분) 등에 둘러싸여 있는 인물. 도대체 어떤 여자일까.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이죠. 돈 앞에서 파렴치한 부모를 부끄럽게 여기고, 그들에게 희생된 이들에 미안함을 가진 여자예요. 물론 자기욕망에도 솔직해요. 처음부터 목적이 오로지 영작과 자는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여자예요.”

‘나미’, 어디서 들은 이름이다. 임상수의 전작 ‘하녀’에서 자매처럼, 모녀처럼 친했던 젊은 하녀(전도연 분)의 비극을 지켜봤던 재벌가의 어린 장녀. 말하자면 ‘돈의 맛’의 전사(前史)가 ‘하녀’인 셈이다. 


“지난해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는 결혼을 앞두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한번에 꽂혔죠. 임 감독님은 ‘다른 여배우가 많이 거절했다’며 ‘이제까지 작품들이 효진 씨의 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으니, 이번 영화에선 멋지게 만들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대신 CF는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요.”

그만큼 수위 높은 섹스 신이 이어지지만 “노출보다는 정사 전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고 김효진은 말했다. 그럼 영화로 경험한 최상류층의 삶은 어땠을까.

“별로 속하고 싶지 않아요. 극 중 가족 모두 모여 밥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각자 다른 속내와 욕망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중적이고 불편하죠. 인간에 대한 존중 없이 모든 게 돈으로 이뤄진다는 게 싫어요. 나이 들어가면서 남을 위해 쓰는 가치와 기쁨을 느끼게 돼요.”

김효진은 여고 재학 시절 청소년잡지 모델로 얼굴을 알린 후 CF와 런웨이, TV 드라마를 오가며 신세대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트렌디 드라마의 비슷비슷한 배역만 들어왔다”는 자신의 말대로 배우로서의 진지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옴니버스 영화 ‘오감도’와 레즈비언 역을 맡은 독립영화 ‘창피해’로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

최근 연예계 풍토에선 다소 이른 스물일곱, 동료 배우와 이룬 결혼생활은 어떨까.

“안정된 일상이 정서나 연기에 좋은 영향을 줘요. 자신감도 더 붙었습니다. 카메라를 언제 들이대도 배우로서의 풍모가 느껴지는 윤여정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남편 유지태는 배우에서 감독으로 변신해 첫 장편영화 ‘산세베리아’를 찍고 있다. 이들도 같은 꿈을 꿀까.

“오빠가 나중에 같이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하죠. 감독으로선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기회가 있겠죠? 그런데 저보고 웃기대요. 저는 진지한 역할을 시켜 달라고 하는데 오빠는 꼭 코미디에서 웃긴 인물을 맡긴다고 하네요.”

스타 커플의 ‘결혼의 맛’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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