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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 눈’ 김태균 감독 “곽경택, 뚝심 있다 하더라” (인터뷰)
자극적인 소재와 오락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봄 햇살처럼 따뜻한 영화 ‘봄, 눈’이 극장가에 발을 내밀었다. ‘봄, 눈’은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김태균 감독의 실화를 재구성한 가족 영화로 ‘연극계의 대모’ 윤석화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하다.

최근 김태균 감독을 마주했을 때 떠오른 것은 순백의 백지였다.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순수한 감성을 지닌 그의 영화는 편안한 휴식처와 같았다.

‘봄, 눈’은 김태균 감독이 24살 연상 큰누이의 죽음을 토대로 만들어진 실화로 가족을 떠나야만 하는 엄마의 모습을 통해 삶의 끝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과 희망을 담았다. 세상을 떠난 큰 누이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풀어놓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운명이라 여기고 작품을 만들었다.

“억지로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제작자가 제 시나리오를 읽게 됐고,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찌 보면 모든 사람들이 통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제작사 대표님은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는 ‘봄, 눈’을 촬영하는 내내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행복했다”고 했다. 그가 행복했던 이유는 바로 ‘봄, 눈’의 진정성을 믿어준 배우들 덕분이었다. 특히 윤석화와의 호흡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윤 선생님과는 정말 잘 통했어요. 정말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촬영하고나서, 굉장히 아쉬웠던 장면이 있었어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다시 촬영하자고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죠. 그런데 선생님도 그 장면이 아쉬우셨던 거예요. 저에게 ‘다시 찍자’고 하더라고요. 어찌나 고맙던지.(웃음)”

왜 하필 윤석화였을까. 브라운관이나 스크린 속 ‘어머니’로 등장하는 익숙한 배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화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굉장히 통속적인 영화죠. 여기에 대중적으로 어머니 역할을 했던 분들이 ‘순옥’ 역을 맞는다면 영화가 기존의 작품들과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긍정의 힘을 갖고 사시는 분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윤석화 선생님이 떠올랐죠. 또 이전에 윤 선생님이 연출하신 ‘나는 너다’를 보고 확신이 섰죠.”

그는 한걸음에 윤석화가 있는 영국 런던으로 달려갔고, 4박 5일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두 사람은 작품과 관련한 교류 외에도,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김 감독은 “몇 년 동안 교제해야만 쌓을 수 있는 친분을 런던에서 쌓았다”며 웃어 보였다.


김 감독은 순옥의 죽음을 결코 비참하게 그리지 않았다. 죽음이 곧 삶의 끝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긍정적인 힘으로 죽음을 바라볼 때, 어떻게 다를지 그리고 싶었어요. 어찌 보면 굉장히 관념적이라고 할 수 있겠죠. 누군가 제게 ‘당신의 영화가 다른 장르 영화와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저는 ‘긍정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 감독, 그리고 윤석화. 두 사람이 늘 마음에 새기고 있는 ‘긍정’의 힘은 실로 컸다. 하지만 긍정적인 두 사람도 ‘한 장면’ 때문에 고충을 겪어야 했다. 다름 아닌 윤석화의 삭발신이다. 실제로 윤석화가 스스로 삭발 할 것을 자청한 장면. 고도의 감정 표현이 요구되는 장면인만큼 윤석화와 김 감독은 막중한 부담감을 느꼈다.

“윤 선생님이 가장 힘들어 하셨던 장면이에요. 촬영 전 날 선생님이 절 찾아 다니셨는데 일부러 피해 다녔어요. 그 장면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정형화 된 신이 나오기 때문이죠. 순옥의 감정, ‘날 것’의 감정이 보고 싶었어요.(웃음)”

김 감독은 당시 촬영 상황에 대해 “누구 한 사람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했다. 완벽한 고요 속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세트장 안을 울리는 윤 선생님의 가위 소리가 제 가슴을 후벼 파더군요. 이 신을 다 촬영하자마자 선생님과 저는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제가 먼저 울었죠. ‘눈물이 나서 죄송합니다’라며 꺽꺽 울어댔습니다.”

이처럼 김 감독과 윤석화, 그리고 이경영, 임지규가 힘을 합쳐 4주 만에 탄생한 영화 ‘봄, 눈’. 과연 그의 든든한 조언자 곽경택 감독은 김 감독의 영화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감독님은 총 두 번 보셨어요. 처음에는 후반 작업할 때 편집실에서 보셨고, 시사 때도 직접 와서 보셨죠. 시사회 때는 정말 많이 우시더라고요. (웃음) 영화를 보시곤 저에게 하신 첫 마디가 ‘대견하다’와 ‘뚝심 있다’였습니다. 원래 칭찬을 잘 하시는 분이 아니라, 뿌듯했죠. 통속적인 영화인데 왜 이렇게 힘이 있냐며, 윤 선생님의 헌신적인 연기가 돋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는 곽 감독에 대해 ‘동지’라고 표현했다. 곽 감독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눈은 더할 나위 없이 반짝였다.

“곽 감독님은 소통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신 분이에요. 배우와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법을 잘 아시죠. 매우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남다르시고요. 첫 영화 시작했을 때부터, 오랫동안 많이 배웠죠.”

마지막으로 그는 ‘봄, 눈’ 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밝혔다. 그는 “삶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영화”라고 꼬집었다.

“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삐뚤지가 않아요. 그래서인지 영화에도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 영화는 삶의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요즘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즐거움에 살고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어요. ‘나는 날마다 매일 좋아요’라는 동화책인데, 저는 그 책을 읽을 때마다 또 한번 긍정의 힘을 믿게 되더라고요.”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사진 백성현 기자 st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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