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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유럽 교인 10%만 지옥의 존재 믿는다
덴마크인 등 150여명 인터뷰
신의 존재 여부 집중 관찰

종교세는 단지 규칙일뿐
교회결혼은 낭만때문

스칸디나비아 왕들에 의한
기독교 상의하달식 전달
서민생활 속에 뿌리 못내려


“종교가 세상을 걱정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종교적 갈등이 사회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인문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으로 야기시킨 21세기 신 논쟁은 과학, 신학, 철학으로 번지며 존재와 부재로 갈라져 팽팽하게 맞서 있다. 미국 피처대 사회학과 교수인 필 주커먼은 답이 없는 신 논쟁 대신 검증할 수 있는 사회로 눈을 돌린다. 그는 종교의 힘이 약한 사회로 꼽히는 덴마크에서 14개월 동안 생활하며 150명 이상을 심층인터뷰했다. 세속주의적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죽음을 받아들이며 초월적 존재를 현실적 존재로 만드는지 집중 관찰했다.

주커먼이 만난 인터뷰 대상자 중 15% 정도는 종교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종교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조차 생각해본 적이 없을 만큼 철저히 무관심했다. 종교세를 내는 건 다들 하는 일이기 때문에 지키는 규칙이며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순전히 전통이나 낭만 때문이다. 기독교인이지만 지옥의 존재를 믿는 덴마크인과 스웨덴인은 겨우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들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만 믿거나 사후 세계 대신 현실에 충실한 부류, 이상적 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쓰는 부류 등 대부분 세속주의자들로 불릴 만한 이들이다.

주커먼은 이들이 왜 종교에서 멀어졌는지 미국의 근본주의와 비교한다.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부족장들과 왕들에 의해 기독교가 상의하달식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생활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8세기까지 스칸디나비아 인구 대부분은 진정한 종교적 각성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단일종교체제도 한 요인이다. 루터교가 국교인 종교체제에서 ‘게으른 독점’ 현상이 지속되면 종교에 흥미를 잃게 되고 종교성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또 사회 안전망 구축, 여성 80% 이상의 경제활동 등 특수성도 이유다. 걱정할 게 그다지 많지 않을 경우 내세나 이상향을 꿈꾸지 않는 건 이상할 게 없다. 미국과 비교할 경우,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과 달리 덴마크는 겨우 30년 전만 해도 동일한 집단으로 이뤄진 나라라는 점도 이유로 꼽을 만하다. 그만큼 안정적이란 얘기다. 저자가 주목한 다른 하나는 종교적 성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사람들의 세계관이다. 가령 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며 대처하고 있을까란 의문이다.

“종교에 무심한 사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비록 신앙이 널리 퍼져 있기는 해도 그것이 인간의 선천적인 특징은 아님을 암시한다. 또한 종교가 건강하고, 평화롭고, 부유하고 속속들이 선한 사회의 필수품은 아니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본문 중)

덴마크 사람들은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삶의 궁극적인 의미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주커먼은 “이들과 대화하면서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를 아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죽음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죽음은 한마디로 끝이다. 그런데도 그들의 삶에는 사랑이 있고 경제적 번영이 있었다. 에라스무스 대 루트 벤호벤 박사의 91개국의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전체적인 행복도 면에서 덴마크는 우뚝 서 있다.

덴마크와 스웨덴이 이처럼 성공적인 사회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번영과 평화를 누리는 나라와 빈곤과 분쟁을 겪는 나라가 갈리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역사 정치 경제 지리 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적인 측면은 관계가 없는 듯하다.”

여기서 그가 끌어낸 도발적 결론은 초월적 세계에 의지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커먼은 종교성이 약해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만큼 위험한 사회가 도래하지 않으며 세속주의가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그렇다고 성급하게 신이 없는 사회가 행복하다든지 하는 결론은 아니다. 종교적인 열정으로 부글거리는 세상에서 이런 제3의 삶이 가능하다는 걸 그는 보여주려했다. 그런 맥락에서 리차드 도킨슨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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