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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보컬렉터의 온라인경매 도전기 “앗,클릭을 두번이나!"
{헤럴드경제=신진련 기자} 아트데이옥션이 오는 4월 21~26일 웹사이트(auction.artday.co.kr)를 통해 온라인 미술품 경매를 실시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식을 접한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지난해 10월, 아트데이옥션의 온라인 경매에서 그림을 한점 질렀(?)던 ‘첫 경험’이 떠올라서다.

온라인 미술품 경매는 일단 딱딱한 전시장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편하게 그림을 고를 수 있다는데 흥미가 갔다. 사실 바쁜 직장인들이 언제 우아하게 갤러리를 순례하며 그림을 여유롭게 볼 시간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 근무시간 중 틈틈이 아트데이 웹사이트를 들락날락거렸다.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의 ‘바람으로부터’ 같은 대작은 처음부터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데 페이지뷰를 뒤로 넘길 수록 50만원대 전후의 ‘착한 가격’의 작품들이 많음을 알고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같은 ‘일반인’도 그림을 구매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였다.

아트데이옥션 4회 온라인경매 출품작.  황염수 작품

사실 요즘 웬만한 명품백은 샐러리맨의 한 달치 월급으론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로 고가다. 샤넬백은 A4 용지만한 게 700만원을 호가한다. 숫자에 약한 나는 가격표의 마지막 ‘0’을 빼먹고, 겁없이 가방을 집어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슬그머니 내려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준 명품 가방의 가격도 비싸기는 마찬가지. 그런데 가방 하나 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그림을 살 수 있다니 조금 ‘뽀대’가 날 것 같았다. 좀 더 가치있고 품위있게 ‘질러’준다고나 할까?

김환기, 천경자, 박생광 같은 대가들의 회화는 ‘안구정화’용으로만 감상하고,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의 가격대 작품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작고한 운보 김기창 화백의 ‘청록산수’ 판화가 내 눈에 쏙 들어왔다. 푸르른 색조와 멋진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또 조금 무리를 해서 김점선이나 사석원의 그림에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동안 아트데이옥션의 오프라인 전시가 끝나고, 드디어 온라인 경매가 시작됐다.

온라인 경매는 며칠간 진행됐는데, 성격이 워낙 급한 나는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경매 개시 첫날, 운보의 ‘청록산수’ 판화를 성급하게 ‘응찰’ 버튼을 눌러버렸다. 맙소사, 그것도 혼자서 두번씩이나! 내가 살 작품(판화)의 가격을 내 스스로 연달아 높여놓은 셈이다. (생초보인 나는 온라인경매 고수들이 최종일 마감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슬기(?)롭게 응찰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다). 

아트데이옥션 4회 온라인경매 출품작. 전광영 작품

그리곤 참을성있게 경매 마감일을 기다렸다. 다른 응찰자가 생기면 작품을 갈아타야지 하고 결심하면서...그런데 그렇게 아트데이옥션 온라인경매는 끝났고, 나는 내 생애 첫 컬렉션을 우여곡절 끝에 얻게 됐다. 작품을 받아, 집에 거니 기분이 묘했다. 미술품을 수집하는 게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지금은 첫 온라인 경매에서 약간 더 지불하게 된 비용을 조금 ‘고상한 취미’를 위한 수업료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초과지불한 돈은그리 큰 액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얼마 전 인사동의 한 화랑에 들렀더니 내가 산 판화작품과 거의 똑같은 작품이 걸려 있었다. 혹시나 해서 가격을 물었더니 250만원을 부르는 것이었다. 아뿔사! 내가 산 가격의 몇배였다. 온라인 미술품경매가 초보자들에겐 가장 안전하고 믿을만한 거래처임을 다시한번 느꼈다.

아트데이옥션 4회 온라인경매 출품작. 천경자 작품

요즘도 나는 현대미술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온라인 경매를 지켜보고 있다. 당장은 값비싼 작품을 살 여력이 없지만,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 나온다면 언젠가는 쌈짓돈을 털어 살 의향이 있다. 명품 백을 사는 것보다, 미술작품을 사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더없이 좋고, 집안에도 예술의 향기가 퍼져나가게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일 것이다. 

또 아는가? 언젠간 내가 ‘큰 손’, 내지는 알아주는 아트 컬렉터가 될지? 지금은 불가능한 꿈이지만 이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는 것 또한 아트 컬렉션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한다.  (02)3210-2255

shin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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