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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욱 월드가 던진 메시지 3가지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김병욱 PD는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를 통해 3가지의 메시지를 던졌다. 안종석과 김지원, 윤지석을 통해서다.

안종석을 통해서는 삶의 깨달음을 얻게 했다. 종석은 짝사랑해온 김지원과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회에서 명문대인 명인대에 진학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기숙 학교로 들어간다. 종석을 바라보면 애틋하다. 지원에게 순정을 바쳤는데도 김지원이 매정하다고 생각될 만큼, 바뀌지 않는다. 종석은 괜찮은 사람인데도 지원이가 좋아해주지 않는다.

종석이 지원이를 스쿠터에 태우고 가다 일어난 교통사고로 둘은 사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발목의 인대가 파손된 지도 모르고 기절한 지원을 업고 뛰어온 종석의 진심에 지원은 종석 옆에 앉는 듯 했다. 하지만 종석이 앉은 벤치 바로 옆이 아니라 멀찌감치 끝부분에 살짝 걸터 앉았다. 미안하고 고마워서이지 사랑때문에 앉은 건 아니다. 세상도 그런 거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지만 세상을 배워라는 메시지였다. 자신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세상은 쉽게 열리는 게 아니다. 온 힘을 다하고, 온 정열을 바쳐도 세상이 나를 좋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깨달아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변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속에 힘과 풍성함을 지녀야 한다.

종석과 지원이 결혼하고 애기도 낳는 건 표면적으로는 해피엔딩이다. 이건 불꽃놀이요 싸구려 위안에 불과하다. 자신만 초라해질뿐이다.


김병욱 PD는 젊은이들에게 꿈을 가지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가령, 판검사가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중 실제 꿈을 이루는 사람은 10%도 안된다. 판검사가 안되더라도 거기서 파생되는 그 무엇으로 산다. 이것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또 판검사가 되어도 별 것이 아니다. 그게 ‘가짜 샆페인'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삶의 동력을 삼아 삶의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시 공부를 바탕으로 다른 일을 한다. 그 꿈때문에 다른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거기서 파생돼 얻은 것도 소중하다.

종석은 명인대에 못 갈 확률이 높다. 도달할 수 없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공부하고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사랑 하나 얻기도 힘이 들듯 일자리 하나 구하는 것도 어렵다. 그러니까 종석의 이야기는표면적으로 사랑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김 PD가 젊은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다.

김병욱 PD는 김지원을 통해서는 남을 의식해 사는 삶에 대한 성찰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지원은 전교 1~4등이다. 하지만 경쟁자를 물리치면 또 다른 경쟁자가 나온다. 홍보희라는 학생은 지원에게 “너, 내가 밟아준다”고 말했고 자신이 1등 한 것으로 지원이를 밟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인 수명이 다할 때까지 경쟁한다. 그러다 병에 걸리거나 삶이 끝난다. 허무하다. 하지만 이것이 운명이 됐다. 이런 걸 지속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래서 여기서 한 번은 벗어났으면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것이 ‘르완다'다. 르완다는 1등도 없고 꼴찌도 의미가 없는, 당장 한끼 밥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는 남을 의식해 산다.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면 그것을 봐야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영웅도 금방 생기고 진흙탕에도 금방 빠진다.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웅성거린다. 여고생은 원빈 아니면 현빈을 좋아한다. 패턴화돼 있다. 지원이는 그런 것이 싫었다. 지원이를 통해 정형화되지 않은 아이를 보여주고자 했다.

윤지석을 통해서는 삶의 통찰력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을 얻게 했다. 지석은 용기 없는 다혈질이었다. 하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서 모든 걸 바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선이가 별을 따달라고 하니, 운석을 알아보러 다니고 열대과일 아떼모아를 구하러 제주도까지 간다. 하선이가 화장실에 가야 한다니까 자신이 더 급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체육 선생이 수업보다 박하선이 있는 미국에 가려고 안달이다. 이것이 삶에 대해 부여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사랑의 원형이다. 우직함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프로포즈도 실용적으로 한다. 김병욱 PD는 윤지석을 통해 현대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동화이자 잃어버린 사랑의 원형을 보여주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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