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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票퓰리즘 의식한 경제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바야흐로 ‘분노의 계절’이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금융자본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쓰러진 이래로 미국의 성난 청춘들은 연일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미국만이 처한 현실도 아니다. ‘1 대 99 사회’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기자 출신의 경제평론가 권화섭은 ‘분노의 경제학’(서해문집)에서 이 같은 분노를 초래한 경제의 문제점을 밝히고 대안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아무리 부의 창출에 탁월하다 해도 빈부격차가 심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렵다. 자유에 눈먼 신념의 결함은 시장의 실패로 드러났고, 불평등의 심화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활력과 생기를 빼앗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이 무조건적인 평등으로 흘러서도 안 된다. 둘은 길항하는 대립쌍이 아닌 보완관계를 이루며, 저자의 주장은 둘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는 아나톨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으로 줄곧 수렴된다.

또한 ‘시장의 실패’보다 심각한 것은 ‘정치의 실패’다. 금융위기도 일부 부유층의 책임보다는 이익집단의 로비에 휘둘려 불평등 구조를 방치한 정치권의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에 의해 굴절되기 쉬움을 지적한다. 경제정책이 이념의 노예가 되거나 집권 목적을 위한 포퓰리즘에 봉사할 때 경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경제정책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복잡다단한 현실을 단칼에 베어내는 만고불변의 논리란 없으며 ‘지금, 여기’에 맞는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자 출신 특유의 현실 감각으로 삶의 면과 켜를 살피는 섬세함과 좌우를 오가는 사고의 유연함, 유려한 필치가 조화를 이룬다. 글의 이해를 돕는 꼼꼼한 주석과 데이터 등 깔끔한 편집도 돋보인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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