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제갈양은 질투의 화신?
"'2인자'를 비극으로 몰아넣어"...독특한 심리 분석

역사학과 심리학의 흥미로운 만남이다. <심리의 함정>(에쎄. 2012)은 영웅들의 운명적 삶을 지배한 심리의 근원을 파헤친 책이다. 동서고금의 유명 인물 21명이 등장한다. 먼저 히틀러를 보자. 저자는 히틀러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심각한 공격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진단한다. 히틀러는 어릴 적부터 망상에 사로잡혔으며 가난과 배고픔 속에서 평생 복수심으로 응어리진 사람이었다.

히틀러가 그림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책에 따르면 그는 미술 기초가 튼튼했고 고전적 작품을 좋아해 중학교 과목 중 유일하게 회화과목에서만은 월등한 모습을 보인 예비 화가였다. 그러던 중 히틀러는 비엔나 미술대학 입시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 히틀러는 훗날 자신을 떨어뜨린 것은 “세계적 손실”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후 그는 예술가가 되고자 한 꿈을 실현하지 못해 완전히 다른 인생 길로 접어들어 정치적 야망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참혹한 비극을 인류역사에 그렸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아이러니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히틀러가 비엔나 미술학교에 진학하고 직업예술가가 되어 예술가의 꿈을 원만히 이루었다면 인생에 대한 애증을 모두 창작활동에 쏟아 부었을까? 그랬다면 제2의 반 고흐가 탄생했을 것인가?’

또 다른 영웅 제갈 양은 우주의 운행과 천하의 이치를 깨달은 지략가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한 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심리적으로 뒤틀린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촉나라 말기에 뛰어난 장수 ‘위연’이었다. 그는 유비가 한중을 지킬 대장군으로 의형제 중 막내인 장비를 제쳐두고 위연을 선택할 정도로 출중한 인물이다.

책에서는 이 위연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는데, 그 원인이 뜻밖에도 자신을 향한 제갈량의 왜곡된 심리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 심리 기저에는 관우에 대한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 관우는 무예, 담력, 식견, 책략이 뛰어나고 일 처리가 진중해 유비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책은 제갈량이 죽을 때까지 관우를 시기했다고 전한다. 동시에 “그러한 감정이 관우를 똑 닮은 장수 위연에 전이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른바 ‘역방향 감정전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최초로 발견해 정신분석학 심리치료에 적용한 개념인 ‘감정전이’란 한 개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 환경에 대해 갖는 애정과 증오를 다른 인물이나 사건에 투사하는 심리를 일컫는다. 

뛰어난 지략은 물론 오만한 성격까지 관우를 연상시키는 위연은 제갈량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다. 제갈량은 자신을 제외하면 촉나라에서 위연의 지략이 가장 뛰어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그를 배척했다. 결국 제갈량이 의도한 차별과 배제로 인해 위연은 반역자로 전락해 처형되고 만다.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재 등용에 우를 범한 제갈량의 실책은 이후 촉나라가 멸망하는 데 부분적으로나마 일조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정작 그 깊은 내면은 잘 알지 못하는 역사 속 영웅들의 심리를 파헤쳐보는 묘미를 선사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성찰과 그것이 역사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북데일리 제공]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