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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伊 남성복 스타일디렉터 “한국 남자 패션점수는…”
국내에서도 서서히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 바람이 불고 있다. 가방ㆍ신발 등 이탈리아 브랜드의 인기는 높지만 화려하고 밝은 색감의 이탈리아풍 슈트는 국내 남성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단정한 맛이 느껴지는 영국풍에 비해 좀 튀는 편인 이탈리아식 슈트는 오랫동안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러한 ‘튀는 멋’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아 남성패션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일본 잡지 ‘레옹’이 한국판을 출간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닿아 있다.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 전도사라 자평하는 이탈리아 남성패션계 거장을 만났다. 신원 ‘반하트옴므’의 스타일 디렉터로 활약하고 있는 ‘알바자 리노’의 디자이너자 CEO인 리노 이엘루치 씨다. 그는 지난 2일 개막한 춘계 서울패션위크의 ‘반하트옴므’ 컬렉션을 위해 방한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해가 질 때까지 수많은 색상이 우리 앞을 지나가요. 형형색색 얼마나 아름다운 빛이 많나요. 그런 빛을 입어야 우린 더 행복해져요.”

지난 3일 서울 올림픽공원 서울컬렉션 현장에서 만난 이엘루치 씨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7’이 수 놓인 넥타이에 하늘색 체크무늬 재킷을 입고 있었다. 슈트 왼쪽가슴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은 장갑도 멋지다. 그의 말처럼 옷으로만 보자면 대한민국 최대 패션축제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온 이 60대 남자다.

이엘루치 씨는 40년 넘게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을 바탕으로 남성복을 만들어왔다. 지난 2010년에는 대통령 문화훈장인 ‘코멘다토레(Commendatore)’를 받았다. 그가 직접 운영하는 편집매장 ‘알바자(Al Bazar)’에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단골고객이 찾는다. 사업을 크게 키우거나 ‘돈이 되는’ 협업엔 관심이 없던 그가 ‘반하트옴므’ 스타일디렉터로 참여한 것은 패션계의 이목을 끌 만 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죠. 꾸미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요. 한국 사람들은 수줍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성향 차이가 옷차림도 다르게 만들죠. 열정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이 아직은 한국에서 생소할 수도 있어요.”

최근엔 국내에서도 갈색 구두에 감색 슈트를 입는 남자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어색하게 느낀다. 이런 점이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 전도사’ 이엘루치 씨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 남성들을 꽤 만났어요. 패션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감탄했죠. 다만 그게 연령별로 차이가 컸어요. 50~60대로 가면 갑자기 ‘삶은 사람(의욕 없는 사람을 일컫는 이탈리아식 표현)’이 되더군요. 하하. 그래서 전 더욱 일할 맛납니다. 이탈리아 스타일을 꽉 잡고 있는 ‘리노’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통 남성 슈트 스타일은 영국식과 이탈리아식으로 나뉘는데 단정하고 소박한 영국식과 달리 이탈리아 스타일은 정통 슈트에도 장식적 요소가 많다. 한마디로 좀 더 공들인 치장이다. 이날 이엘루치 씨는 재킷 왼쪽가슴 주머니에 손수건 대신 장갑을 꽂았다. 손에 끼고 외출한 뒤 실내에서는 장식으로 활용한다.



“이탈리아 스타일에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아요. 이 장갑도 계산된 겁니다. 예로부터 우아하고 멋을 아는 남자는 장갑도 빼놓지 않았죠.”

이탈리아 스타일을 흉내 내려면 시간도 넉넉하고, 아이디어가 많아야만 가능한 걸까.

이엘루치 씨는 “그냥 화병에 꽃을 꽂는다 생각하세요. 우리 몸을 큰 그림으로 보고 부분을 채워 나가면 됩니다”라며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패션 본고장에서 온 거장에게 한국 남성의 패션 수준을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낙제도 아닌, 후한 점수도 아닌 50점을 줬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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