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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위 옴므파탈, 국립발레단 ‘스파르타쿠스’ 주역 5인방을 만나다
배에 빨래판 하나씩을 품었다. 말벅지(말의 다리처럼 탄탄한 허벅지)가 예사롭지 않다. 영화 300에 등장하는 ‘훈훈한 남자’들의 모습이다. 이제 이들을 무대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가 오는 13일 5년 만에 팬들을 찾는 것. 

발레리노에 의한, 발레리노를 위한, 발레리노의 작품 ‘스파르타쿠스’의 주역 5인방을 최근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이영철(35ㆍ스파르타쿠스 역), 정영재(27ㆍ스파르타쿠스 역), 이동훈(26ㆍ스파르타쿠스 역), 이재우(21ㆍ크라수스 역), 김기완(19ㆍ크라수스 역)이 작품과 발레리노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오는 13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발레단의‘스파르타쿠스’ 주역 5인방(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발레리노 이영철, 정영재, 김기완, 이동훈, 이재우. 리허설 직후 연습실에서 남성미 넘치는 복근을 뽐내며 각자 자신있는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발레리노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그것도 5년만인데, 감회는 어떤지

▶영철=스파르타쿠스는 발레리노가 주목받는 작품이잖아요. 완전 좋죠. 저 같은 경우엔 지난 2001년 초연부터 2007년, 올해까지 세 번째 출연이예요. 군인 역할 앙상블로 출연했다가, 크라수스, 이번에 스파르타쿠스까지 한 작품에서 여러 역할을 해보게 된거라 더 감개무량해요.

▶동훈=맞아요. 발레작품 중에서 제가 맡은 역할이 제목이 된 경우는 없었어요. ‘호두까기 인형’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엔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잖아요 (웃음), 그것만으로도 기대되요.

▶재우=기분이 좋긴 한데 정말 힘들어요. 3막까지 하고 나면 팔을 들기가 힘들 정도거든요. 끝까지 힘든 티를 안 내고 멋있게 무대에서 내려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사실 무대 위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들죠.

▶기민=힘이 다 소진된 상태에서는 아무 말도 필요없어요. ‘네 마음 안다’는 형들의 눈빛 하나에 끝까지 버티는 거죠 뭐.

▶영재=선거철인데 정치인들이 이 작품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전쟁, 배신, 인간애까지 다양한 감정이 작품에 녹아있거든요.



-리허설 끝나고 김밥과 떡볶이 몇 인분을 순식간에 해치우던데, 그렇게 많이 먹어도 몸관리 하는데 상관없는지. 신체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꼽는다면?

▶영철=남성미가 극대화된 공연이라 몸을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닭가슴살 같은 거만 먹고는 못버텨요. 커피도 마시고 먹을 거 다 먹어도 무대에서 내려오면 탈진할 거 같으니까요. 지난주에 발레단 전체가 양고기 집엘 갔는데 4명이 22인분을 먹어 치웠을 정도에요. 이슬만 먹고 사는 거 아니랍니다. (웃음)

▶기완=맞아요. 먹어야 살아요. 워낙 기초대사량이 많으니깐. 그런데 요즘 살이 자꾸 쪄서 살짝 신경쓰이긴 해요. 자신있는 부분은 원래 큰 키였는데 재우(196㎝)한테 밀렸죠. 몸 보다는 눈빛에 자신 있어요. (웃음)

▶동훈=저는 많이 먹는 데도 살이 빠지고 있어서 오히려 걱정이죠. 크라수스 두 명이 다 키가 크고 덩치가 있어서 스파르타쿠스가 상대적으로 너무 연약해 보일까 봐… 신체 중에는 ‘업(Up)’된 엉덩이? 하하. 농담이에요.

▶재우=에이, 형들이 무대에 등장하면 그 자체로 아우라가 느껴지는데요 뭘.

▶영재=키도 작은데 눈빛까지 지면 어떻게 하겠어?(웃음)

▶영철=영재는 허벅지가 최고죠. 2007년 ‘스파르타쿠스’ 공연에서 발레리노들 허벅지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웃음). 영재의 굵고 탄탄한 허벅지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죠. 




-드라마 발레다. 감정 연기가 특히 요구되는 작품인데 파트너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들기도 하는지. 에피소드는 없나.

▶영철=무용수들, 특히 파트너하고는 매일 같이 연습하니까 친밀감이 있긴 해요. ‘프리기아’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연기를 계속 하다보면 작품 속 감정인지 실제 감정인지 헷갈릴 때도 있을 수 있죠. 무용수라면 한 번씩 그런 감정을 겪고 지나가는 거 같아요.

▶재우=제 경우엔 내가 사랑하는 건 ‘지젤’이다. 내가 사랑하는 건 ‘예기나’다. 이렇게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감정 연기를 한다’고 계속 암시를 걸어요.

▶동훈=‘예기나’와는 직접 호흡을 맞추진 않아도 무대 위에서 보면 섹시하게 아주 잘한다는 생각이 들죠. 그런데 무용수들은 스킨십이 아주 자연스러워요. 공연 중 키스신이 있어도 가족같은 사이라 오히려 웃음이 나서 참기 바쁘죠.

▶영철=무용수들에겐 포옹이 인사이고, 엉덩이를 툭툭 치는 게 애정의 표시에요. 일반인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기완=맞아요. 몸에 밴 습관 같은 거에요. 제 경우엔 발레 단원과 인사할 때 포옹했다는 이유로 사귀던 친구와 헤어진 적도 있어요.

▶재우=똑같은 스킨십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포옹할 땐 특별함이 담겨 있어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가장 좋아하는, 혹은 백미(白眉)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나요? 관객들에게 추천한다면?

▶재우=스파르타쿠스가 1, 2, 3막 다 뛰고 마지막에 죽는 장면을 꼽고 싶어요.

▶동훈=사실 그땐 너무 힘들어서 거의 죽은 상태나 다름없어요. 무용수 입장에선 누워 있는다는 자체가 행복한 장면이죠.(웃음)

▶동훈=3막에 파드되(Pas De Deux. 발레에서 두 사람이 추는 춤)장면이요. 그때쯤 되면 거의 녹초 상태인데 파드되 못하면…오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멋진데 그만큼 부담되는 장면이죠.

▶기완=스파르타쿠스가 전쟁 나가기 직전에 아내인 ‘프리기아’와 애틋한 감정을 연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 작품의 테마곡이나 다름없는 ‘아다지오’가 나오는데 제일 멋있는 거 같아요.

▶영철=2막 처음에 남자 무용수 36명의 군무가 있어요. 남성의 힘을 강하게 느낄 수 있어서 멋있죠. 2막에서 크라수스 처음 등장할 때도 무대 위에서 존재감이 느껴지고요.


<황유진기자 @hyjsound>/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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