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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사 분투(分鬪) 왜?
방송사간 분량 늘리기 다툼이 또 벌어졌다. 지난 20일 MBC와 SBS는 최근 드라마 방영시간을 연장한 것과 관련해 올 초 방송3사가 합의한 ‘드라마 회 당 72분 이내 방송’을 위반했다며, ‘네탓 내탓’ 공방을 벌였다.

발단은 지난 17일 SBS 새 주말드라마 ‘바보 엄마’에서 비롯됐다. SBS는 드라마 첫 회인 이 날 방송사 합의 분량보다 5분 늘어난 77분을 방송했다.

그러자 이번엔 MBC가 지난 19일 창사특집 50부작 ‘빛과 그림자’ 33회를 평소보다 4분을 초과한 76분간 내보냈다. 이 날은 전 주까지 월화극 1위이던 SBS ‘샐러리맨 초한지’가 막을 내리고, ‘패션왕’이 첫 전파를 탄 날. 그 덕인지 ‘빛과 그림자’는 그동안 SBS에 뺏겼던 시청률을 되가져오며 시청률 20%를 무난히 넘겼다.

그러자 SBS는 방송3사가 합의한 내용을 상기시키며 MBC가 이를 의도적으로 어겼다고 문제삼았다. 초반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시청률을 회복하기 어려운 드라마 특성 상 MBC가 기싸움에서 승세를 쥐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송시간을 늘린 것으로 판단한 것.



이에 MBC는 “SBS 측이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고 즉각 반박했다. MBC는 또 “MBC는 KBS ‘드림하이2’ 첫방송이 1분 이상 초과할 때도 묵인했지만, SBS는 유독 MBC와 KBS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송시간을 초과할 경우 먼저 합의 사항을 깬 것으로 간주해 어떠한 관용도 베출지 않았다”고 SBS측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MBC 드라마국 고위 관계자는 “작품을 만들다보면 어떤 때는 길게 하고 싶은데 이를 통제하니 ‘빛과 그림자’ 연출진에선 불만이 있었다. SBS가 ‘바보엄마’ 첫방송을 5분 길게 하니, ‘SBS는 못 믿겠다. 약속해놓고 자기네가 필요할 때는 어긴다’고 억눌렸던 불만을 표출해 버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송사가 이처럼 분 단위로 다툼을 벌이는 것은, 경쟁사가 광고를 내보내는 사이에 프로그램 방송시간을 길게 늘려 시청자를 끌어 와 평균 시청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말에도 SBS ‘뿌리깊은 나무’, KBS ‘공주의 남자’ 등 인기드라마의 방송시간이 연장된 적이 있다. 올 초 방송3사 드라마 실무 본부장급은 드라마 연장을 자제하고 72분 이내로 편집하자고 합의했지만, 합의는 2개월 만에 깨지고 말았다.

<한지숙 기자 @hemhaw75>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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