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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객원칼럼 - 복거일> 선거철의 짧은 ‘시평(time-horizon)’
중요한 선거들 앞두고
민중주의적 정책 쏟아져
1만년 돌아가는 시계처럼
긴 안목으로 고민해야

우리 사회에선 정치의 영향력이 다른 분야들을 압도한다. 그래서 중요한 선거들을 앞둔 요즈음, 모든 것들이 선거에 맞춰서 돌아간다. 주요 정책들이나 사업들은 선거가 끝나 정권의 향방이 가려질 때까지 보류된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당장 선거에서 이길 생각에 장기적으로 나라를 어지럽힐 정책들을 마구 내놓는다. 원래 선거를 앞두면 개인들이나 사회나 ‘시평(time-horizon)’이 짧아지게 마련이지만, 이번 선거철엔 그런 경향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이럴 때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시평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침 ‘1만년 시계’ 사업이 순조롭게 나아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앞으로 1만년 동안 돌아갈 시계를 미국 텍사스 주 산속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1만년 동안 최소한의 정비만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지므로, 부품들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으로 만들어지고 베어링들은 윤활유가 필요 없는 세라믹 제품들이다.

이 시계는 한 해에 한 번 재깍거리고 한 세기에 한 번 세기침(century hand)이 움직인다. 그리고 천 년에 한 번 뻐꾸기가 나와서 울 것이다. 이 시계엔 10개의 종이 있는데, 이 종들이 날마다 정오에 선율을 울릴 것이다. 컴퓨터가 이 종들이 울리는 순서를 결정해서, 1만년 동안 매일 다른 선율이 나올 것이다.

1만년 동안 움직일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낙관주의와 엄청난 지식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한반도에 단일 국가가 들어선 것이 7세기니 아직 1400년이 채 안 된다. 한반도에서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기원전 1500년께로 추산되니, 3500년 전 일이다. 1만년 전이면 고대 문명의 바탕인 작물의 재배가 서아시아의 ‘구릉이 많은 측면(Hilly Flanks)’이라 불리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서 막 시작된 시기다.

1만년을 미래로 투사하는 것은 훨씬 힘들다. 50년 전에 인류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상상하지 못했다. 어떤 과학소설에도 인터넷을 통한 쇼핑이나 휴대전화가 개인 정보 처리의 중심이 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변화가 가속되는 현대에서 1만년 뒤의 세상을 상상하는 일은 우리의 능력을 크게 넘어선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쉬지 않고 시간을 가리킬 시계를 만드는 목적은 바로 사람들의 짧은 시평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 시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묻게 할 것이다, “이런 시계를 왜 만들었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5분 뒤, 1시간 뒤, 하루 뒤, 다음 주, 내년과 같은 ‘지금’에서 벗어나 세대, 세기 그리고 천년기(millennium)와 같이 긴 시간대에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긴 시평을 갖게 되면, 당대에서 끝낼 수 있는 사업들만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친 사업들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당대의 정책들이나 사업들이 후세에 미칠 영향들도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1만년 뒤를 상상하는 일은 어떤 뛰어난 석학에게도 불가능하다. 보통 사람들에겐 한 세대 뒤의 일을 생각하기도 벅차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 10년 뒤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다. 지금 어지럽게 쏟아지는 민중주의적 정책들을 평가하는 데는 그렇게 자신의 시평을 늘리려는 태도가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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