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 위에선 누구나 모델이 된다. 늘씬한 다리도, 조막만 한 얼굴도 필요 없다. 평상복보다 부피가 큰 보드복은 대부분의 사람을 비슷한 체형으로 보이게 하고, 큼지막한 고글과 모자는 나이조차 가늠하기 힘들게 한다. 그래서 하얀 슬로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런웨이’가 된다. 

쿨한 ‘엣지’, 부드러운 ‘턴’ 그리고 화려한 ‘점프’ 도 중요하다. 하지만 패션을 빼고 겨울 스키장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스키ㆍ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패션은 얼마짜리 시즌권을 끊을지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아이템이다.

패션 전반에 불고 있는 레트로ㆍ빈티지풍의 유행 흐름을 타고 올겨울 스키장 패션도 슬림한 핏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핏, 패턴, 소재들로 이뤄진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 ‘대세’ 슬림 핏 따를까, 나만의 ‘핏’ 만들까=일반적으로 매장에서는 날씬해 보이는 슬림한 핏을 권하지만, 개개인의 패션과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 핏을 정하는 게 가장 좋다. 힙합전사 같은 느낌의 오버사이즈로 입는 ‘루즈 핏’, 활동하기 적당한 사이즈만을 갖춘 ‘레귤러 핏’, 그리고 약간 타이트해 보이는 ‘슬림핏’이 있다.

특히, 활동성이 뛰어나면서도 몸매가 드러나기 때문에 여성들이 선호하는 슬림 핏은 체형에 따라 선택하는 방법이 다르다.

통통한 체형이 슬림 핏을 입는 경우, 디자인ㆍ컬러ㆍ소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화려한 컬러와 패턴은 시선을 집중시켜 통통한 부위를 더욱 부각시키므로 어두운 컬러의 단색이 좋다.

휠라(FILA)의 조두룡 디자인실장은 “일자 핏보다는 아래로 갈수록 점점 넓어지는 A라인이 상대적으로 날씬해 보인다. 허리 라인을 이중으로 잡아주는 디자인이나 벨트형도 괜찮다” 고 전한다.

하체 통통형은 너무 엉덩이 아래로 내려오는 기장보다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 미디엄 길이가 낫다. 또, 어두운 계열의 부츠 컷을 선택하면 통통한 하체를 커버할 수 있는데, 이때 상의는 비비드한 컬러나 큰 패턴의 디자인으로 선택한다.

# 비비드 컬러로 튀어볼까, 은은한 광택으로 폼 잡을까=최근 보드ㆍ스키복의 컬러는 더욱 화려해지고, 패턴과 디자인도 매우 다양해졌다.

특히, 올 시즌에는 그러데이션 컬러, 섀도 체크 패턴 등 세련된 도시적 패턴의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후부(FUBU)의 박지수 MD는 “과거보다 좀 더 화려한 느낌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믹스앤매치 패션과 액세서리를 잘 활용한다면, 설원의 멋쟁이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층과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비비드한 컬러 매치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은한 광택감이나 한 톤 다운된 컬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이때, 컬러는 튀지 않지만, 디자인적인 포인트로 보다 세련된 스키장 패션을 만들 수 있는데, 스키복은 단색 위주로 절개선이나 허리 라인을 강조한 디자인을, 스노보드복은 체크나 그래픽 패턴을 은은하게 사용한 디자인으로 선택하면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다.

# 레이어드, 액세서리로 개성 있는 연출=패딩 베스트와 톨티(보드용 긴 기장 후드티)의 레이어드 스타일 역시, 이번 시즌 눈여겨봐야 할 스타일. 이너웨어는 다소 두께감 있는 스타일로, 패딩 베스트와 함께 매치하면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다. 레이어드 패션의 경우, 멋스럽기도 하지만 활동성도 높고 체온유지에도 탁월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설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인 모자의 경우, 커다란 방울이 달리거나 퍼(Fur)가 배색된 니트 모자가 여전히 인기가 높다.

장갑을 고를 때에도 스키ㆍ보드복과 비슷한 패턴 사용으로 전체의 코디네이션에 통일성을 주면 스타일링에 안정감이 생긴다.

후부(FUBU)의 박지수 MD는 “고글과 마스크 또한 화려하고 비비드한 컬러가 설원을 수놓을 전망” 이라고 전했는데, 고글은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프레임과 렌즈의 사이즈가 더욱 커져 렌즈가 얼굴 대부분을 감싸는 것이라야 반응이 좋다. 이러한 디자인은 보온과 시야 확보 둘 다 용이하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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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휠라ㆍ밀레ㆍ후부ㆍ컬럼비아ㆍ켈란ㆍ네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