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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10살 된 깜찍한 동구리…뒤돌아 본 길에서 찾은 성찰
구글이 사랑한 작가 권기수, 신작 ‘리플렉션’ 공개
“구글(Google)은 제 작업에 꽂혀 열띤 반응을 보여줬어요. 그에 비해 국내에선 당시만 해도 (제 작업에 대한) 반응이 좀 그랬죠. 특히 붉은 대나무밭을 배경으로 작은 조각배에 동구리가 앉아 있는 네 폭짜리 이 대작 회화는 구글 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이라 제겐 특별히 소중한 작업입니다.”

동그란 얼굴에 머리카락만 삐죽 솟은 ‘동구리’가 등장하는 회화로 잘 알려진 권기수(39) 작가가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대규모 신작전을 열며 이같이 토로했다. 권기수는 구글이 제프 쿤스 등 전 세계 아티스트들의 이미지로 ‘iGoogle’ 홈페이지를 꾸미는 ‘아티스트 테마 프로젝트’의 작가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구글에서 권기수(KWON, Ki-Soo)를 치면 그의 작품이 뜨면서 개인 홈페이지 화면에 ‘동구리’작품을 사용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권기수가 ‘동구리 탄생 10년’을 맞아 본격적인 작품전을 연다. ‘권기수 Reflection: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에는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이 총망라돼 권기수 작업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신작 리플렉션(Reflection) 시리즈는 ‘허상의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성찰을 담은 작업이다. 즉 숨가쁘게 앞으로만 달려온 지금까지의 작업을 반성하며 스스로를 돌아본 끝에 탄생했다. 신작에선 화자인 동구리와 주변 배경들이 화폭에 반사돼 종전 작품보다 풍부하고, 은은한 분위기가 감돈다. 주조색도 은빛, 금빛 등으로 화려하고, 물 속에 비친 동구리와 배경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제작시간과 공력이 두 배 이상 들었다. 


새 연작에 대해 작가는 “초기 작업이 자조적 행복함, 꽃밭에서 뛰노는 자아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 치중했고, 이후 정치적으로 세상을 등진 죽림칠현의 이야기를 반영했다. 그런데도 관객들은 여전히 예쁘고 즐거운 동구리로만 받아들였다. 이에 좀더 사색적인 ‘Reflection’ 시리즈를 시작했다”며 “처음엔 화자인 동구리만 비추도록 했는데, 점차 배경과 스토리 전체까지 비추는 복잡한 구조가 나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대적인 감성을 드러내며, 똑 떨어지는 완결성을 보여주는 권기수의 ‘동구리’ 연작은 좀 더 파고들면 작가의 동양화적 사상과 감성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대학시절 접한 ‘죽림칠현’ 이야기와 조선시대 화가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등을 차용해 유유자적하는 삶, 이상향에 대한 동경을 오늘의 감성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동구리를 에워싸고 있는 배경 또한 산수화, 사군자(梅蘭菊竹)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어서 동양적 감수성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의 작업은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만에는 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컬렉터도 생겨났다. 또 인도네시아에선 회화뿐 아니라 조각이나 설치작품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 (02)519-080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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