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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나전칠기 본고장‘푸른 통영’…산자락·골목 어귀마다 자리한‘바닷가 미술관’겨울이 더 훈훈해진다
겨울과 바다는 둘 다 차다. 그래도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바다로 간다. 귀가 베일 듯 불어닥치는 바람 앞에 선다. 저마다 옛 기억을 끄집어올리면서…. 이때 바다는 그냥 ‘바다’가 아니다. 바닷바람조차 훈훈해지는 ‘겨울바다’다. 

바다는 무작정 떠나야 제맛이라던가.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최면을 걸며 찾아온 겨울바다. 아스라이 기억이 저물어갈 때 그림을 마음에 담아 보면 어떨까.

통영으로 간다. 바다를 배경 삼은 미술공간들은 그 자체가 ‘푸른 통영’이다. 눈과 마음이 즐겁다. 도시의 역사와 훈훈한 사연을 담아낸 미술관들과 벽화마을을 엿보는 이색 경험이 기다린다. 

# 나전칠기의 본고장에서 그윽한 커피 한잔=400년 전통을 이어온 나전칠기의 본고장 통영시에는 국내 최초의 ‘옻칠미술관’이 있다. 통영시 용남면에 옻칠미술관이 세워진 것은 충무공과도 사연이 깊은데,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통영에 부임한 이후 12공방을 설치했고, 공방 중 상하칠방에서 나전칠기를 생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옻칠미술관에 들어서면 케케묵은 옷장과 화장대 대신, 옻으로 단장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국내ㆍ외 작가의 현대작품 150여점이 전시 중인데 옻칠 장신구와 한국 옻칠화가 눈길을 끈다. 옻칠만의 미학적 특성을 살리고, 전통미까지 느껴지는 목걸이, 브로치 등이 가득하다.

옻칠화는 나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게 특징으로, 독특한 광채와 빛깔이 아름답다. 미술관에서 통영의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다음 여정을 기대하며….  


# ‘통영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의 예술혼을 만난다=통영 미륵산 자락으로 향하면 건물 자체가 작품인 독특한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추상화가 전혁림 화백의 미술관이다. 전 화백은 통영에서 태어나 타계했으며 고향인 통영을 화려한 색으로 담아냈다. 미술관에는 전 화백의 작품 80여점과 관련 자료 50여점이 관람객들을 1년 내내 맞는다.

멀리서 봐도 다른 건물과는 다르다. 독특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전혁림미술관’은 전 화백이 거주하던 봉평동 일대의 뒷산을 배경으로 세워졌다. 건물 외벽은 아름답게 채색된 세라믹 타일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데, 전 화백과 아들 전영근 씨의 작품을 7500여장의 타일로 재구성한 것. 통영의 푸른 바다가 모자이크돼 있다.

전시관에서는 한국 색채추상의 대가인 전 화백의 강렬한 유작뿐 아니라 생전에 쓰던 물감, 캔버스 등 작품도구 등도 구경할 수 있다.

# 벽화마을 동피랑에서 따뜻한 그림 보며 휴식을=시인 유치환, 극작가 유치진, 화가 이중섭, 소설가 박경리, 음악가 윤이상 등은 모두 통영의 바다가 길러낸 예술가들. 하지만 통영 일대가 유명한 예술가들의 사연만 묻어나는 것은 아니다. 강구안에서 이어지는 골목 사이에 웅크린 벽화마을 ‘동피랑’엔 미대 학생들과 일반인들의 따뜻한 그림과 사연이 흐른다. 

중앙시장 뒷길을 따라 동피랑 골목을 굽이굽이 오르다 보면 다양한 벽화가 여행객을 반긴다. 천천히 걸어다니면서 그림을 감상하고, 벤치에 앉아 휴식을 즐긴다. 슬로시티가 따로 없다.

일제강점기 항구와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인부들이 기거했던 동피랑은 한때 철거될 위기에 처했었는데, ‘푸른 통영 21’이라는 예술단체의 힘으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푸른 통영 21’은 서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독특한 골목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공모전을 열었고, 미대생과 일반인들이 몰려와 골목마다 예쁜 그림꽃을 피었다. 동피랑 마을 언덕 중턱까지 오르면 시원스런 통영 앞바다가 기다린다.

# 400년 전통의 중앙시장~서호시장~남망산 조각공원~청마문학관=동피랑에서 강구안으로 내려서면 ‘중앙시장’ ‘서호시장’ 등 통영의 대표 시장들과 조우한다.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시장은 뒤에는 동피랑을, 앞에는 ‘강구안’ 포구를 두고 있다.

중앙시장엔 싱싱한 생선과 마른고기가 널렸고, 유서 깊은 나전칠기가게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여객선터미널 방향의 서호시장은 인근에서 나는 해산물들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자연산 활어부터 건어물까지 사계절 해산물이 넘쳐난다. 즉석에서 막회를 맛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아침잠이 없는 사람은 새벽 경매시간에 나가 보자. 경매 구경을 끝낸 뒤 졸복국, 해물뚝배기, 굴밥 등으로 시원한 속풀이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강구안에는 통영의 명물인 충무김밥집과 선술집이 몰려 있고, ‘문화마당’과 ‘남망산 조각공원’ 등 문화공간도 함께 어우러져 있다. 강구안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전함이 정박했던 곳으로, 초입에 실제 크기의 거북선 한 척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강구안 바다를 끼고 남망산 조각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호젓한 산책로가 돼준다. 예술을 품에 안은 통영을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보자.

바다가 보이는 정량동 언덕에 자리 잡은 ‘청마문학관’ 역시 강구안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다. ‘그리움’ ‘행복’ 등 유치환이 남겼던 수려한 시들과 그의 문학세계를 소개하는 책들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ㆍ[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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