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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화 심화…‘내수 質’ 도 곤두박질
수출 환경이 악화되면 경제의 버팀목은 내수가 돼야 한다. 그런데 내수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부유층의 소비만 크게 늘고, 중산층의 소비는 제자리걸음이다. 소득 양극화가 내수 체력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10월 들어 대형 마트의 매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5.5% 늘어났고 백화점은 3.1%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대형 마트의 월간 매출 증가율이 백화점을 앞선 것은 10월이 올 들어 처음이다. 백화점은 그동안 월평균 10.1%의 매출 증가율을 보인 반면, 대형 마트는 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유층의 소비는 견조하게 큰 폭의 신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양상은 백화점 세부 매출에서도 드러난다. 백화점 매출 증가엔 명품이 효자 노릇을 했다. 지난 1월 전년 동월비 31.8%의 매출 증가를 기록한 이래 단 한 달도 빠짐없이 14% 이상의 성장을 했다. 4월의 경우에는 전년비 무려 43.2%가 늘기도 했다.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은 층 가운데에서도 초고소득층의 소비 증가만이 유독 두드러지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은 전년 대비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구재와 준내구재, 해외 소비지출 분야는 증가율이 높았던 반면, 비내구재와 서비스 지출의 증가율은 낮았다.

목돈이 들어가는 내구재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소비 대상이다. 비내구재와 서비스 분야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비 비중이 높다. 비내구재와 서비스 지출이 전체 소비(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데, 이 부분에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올여름 이후 유독 강화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계에 돈이 없어서다. 전국 도시근로자 가구의 올 상반기 실질 소득은 지난해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문제는 내년이다. 수출 환경이 올해만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내수의 한 축인 설비투자가 제한적인 상황이고, 나머지 축인 소비 역시 가계 부채 문제와 양의 자산 효과 축소 등으로 기대하기 힘든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물가 안정과 함께 고용과 근로소득이 늘어야 중산층의 지갑이 열리고 전반적인 소비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내년의 고용 환경도 과히 좋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34만개 수준이던 신규 일자리 수가 내년에는 20여만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근본적으로 근로소득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내수 소비가 크게 증가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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