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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집단 극단화를 피하는 길
정보 소통 원활히 하고

‘ 2차 다양성’중시하며

민주적 절차 확보해야

균형 회복 비로소 가능



하버드 로스쿨의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쓴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극단주의가 반드시 나쁜 결과만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에 의하면 테러ㆍ인종청소ㆍ나치즘ㆍ부동산 버블ㆍ주가폭락 등 최악의 일들이 집단극단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무엇을 의논하고 결정하다 보면 집단극단화가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그룹 내 의견이 모두 유사하다 보면, 조금 다른 생각이나 정보가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드러내 얘기하지 않게 되고, 그룹 내 주도적 의견을 보강하는 정보만 모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평판이 두려워 거부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주류 입장에 동조함으로써 집단극단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최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의견 대립과 입장 번복, 무상급식 논쟁, 천안함을 둘러싼 음모론 등 사회적 논쟁 대상의 상당 부분은 집단극단화가 나타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환과 네트워크 형성이 활발해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집단극단화를 피하는 길은 무엇인가. 결국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말한다. 우선 정보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무엇이 부족한지 알 수 있다. 정보 공개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며, 실상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ㆍ미 FTA 투자 관련 조항(ISD)을 둘러싼 논란도 어떻게 보면 정보 소통이 불충분한 데 따른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실상을 제대로 알고 우려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됐다면, 지금까지 이를 두고 충돌할 사항은 아니었을 것이다.

의견의 극단화를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의사결정 집단의 내부구성을 의도적으로 다양화하는 것이다. 가령 위원회 구성 시 위원추천권을 각 정당에 나눠주거나, 여러 직능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은 곧 다양성을 확보해 의견의 극단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위원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기 보장이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주목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임명권자의 마음에 맞는 사람 위주로 위원을 교체해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선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1차 다양성’은 집단이나 조직 내부의 다양성을 말하고, ‘2차 다양성’은 집단 내부의 다양성이 크지 않은 집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집단 간 외부 다양성을 가리킨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부류끼리 어울리길 좋아한다. 따라서 민간의 자발적 조직이나 집단의 경우에는 ‘2차 다양성’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 1일 출범한 국민노총이 기존 노총들과 다른 특징을 갖고 제3노총으로서 차별화된 의견을 내게 된다면, 노사문제에 있어서 극단적 대립을 방지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2차 다양성의 효과다. 사회 내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민단체가 생기는 것도 이런 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절차를 제도적으로 합리화하는 것이다. 충분한 토론, 소수의견 경청, 다수결 원칙의 존중 등 민주주의적 기본절차가 잘 준수돼야 한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비판과 반대가 자유로운 개방적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조직심리가 극단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어느 조직에서는 제기된 주장에 대해 의도적으로 흠을 잡는 반론대변인을 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약의 ‘전도서’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극단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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