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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에 미친 그들의 ‘신앙고백’
“그만둘 수 있을 때 어서 그만두세요. 그만두기에 늦었다면 나가서 뭐라도 찍으세요. 이 찬란한 디지털 시대에, 돈 없고 인맥 없어서 영화 못 만든다고 하면 누가 불쌍히 여겨줄 것 같습니까? 정 가난하다면 스마트폰을 들고 밖에 나가서 낮에만 벌어지는 5분짜리 이야기 동영상이라도 만들어요.”

영화감독 박찬욱이 후배에게 권하는 날선 조언이다. 천만영화 ‘왕의 남자’를 만들고도 차기작에서 흥행에 실패해 ‘상업영화계에서 은퇴하겠다’는 선언으로 충격을 줬던 이준익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영화란 모름지기 집단작업인데, 혼자 할 생각일랑 일찌감치 집어치우고 불혹이 되기 전에 동지를 구하라. 인생은 어차피 비극이므로 항상 희극처럼 살려고 노력해라.”

‘나는 영화가 좋다’(이창세 지음, 지식의 숲)는 말하자면 저자가 받아쓴 영화인들의 ‘신앙고백’서이다. 영화인들이 그토록 처참한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도박만큼이나 희박한 성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왜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가를 영화인 28명의 육성으로 담았다. 인터뷰 목록에는 영화감독 배창호와 강우석, 김유진, 박찬욱, 이준익, 윤제균과 영화배우 안성기, 박중훈, 김윤진, 서영희를 비롯해 편집 미술, 음악, 조명, 촬영, 무술 등 각 분야 스태프는 물론 프로듀서, 마케터, 평론가까지 망라됐다. 영화기자에서 제작자로 변신해 약 30년간 현장을 지켜본 저자는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세상을 떠난 배우 최진실과 이은주, 프로듀서 정승혜에 대한 추억담도 빼놓지 않았다.

이들은 왜 영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까. “나의 모든 것은 영화를 위해 존재할 정도로 미쳐있었고, 지금도 나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강우석 감독의 말, 곧 이 책의 제목은 유일무이한 답이다. 영화에서 성공을 하고 싶다고? 신이 믿음을 증거한 자에게만 구원을 허락하고 연인은 사랑을 증명한 상대에게만 마음을 주는 것처럼, 영화 역시 자신의 열광적인 추종자들에게만 성공을 돌려준다. ‘나는 영화가 좋다’는 그 광신도들의 간증기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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