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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받는 기업을 찾아서…>中企가 키운 대기업 경쟁력…‘패자없는 共生의 룰’만든다
시대정신 동반성장, 우리가 뛴다
벤처돌풍 뒤 대기업 고성장

中企수혜 없는 악순환 야기


장기계약·정당한 마진 제공

기업간 네트워크 결속 강화

양극화 없는 생태계 조성을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동반 성장’이다. 이는 함께하자는 기존의 ‘상생’ 개념에 더해 지금껏 우리 산업계가 이룩했던 성장을 대ㆍ중소기업 모두 같이 누리자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산업화를 통해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 성장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지금까지 몸에 밴 ‘결과’ 지향을 떨치고 성장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하자는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헤럴드경제와 동반성장위원회는 공동 기획으로 향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는 동반 성장을 통해 우리는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총 4회의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다. 이에 ‘절실한 시대정신 동반 성장’을 시작으로 동반 성장 우수 사례와 동반 성장을 위한 조건, 우리가 기대하는 동반 성장 미래상 등을 조명한다.

2002년 중소기업 중 수출 규모 ‘톱 3’에 들었던 한 무선통신기기회사 A텔레콤. 이 회사는 그 해 3억1000만달러를 수출하며 4억1000만달러를 수출한 팬택에 이어 중기 수출 2위를 기록했다. 199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무선호출기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하며 세계 최소형 휴대전화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2000년 전후로 벤처업계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동반 성장’이란 개념이 처음 도입되면서 큰 틀에서의 방향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대ㆍ중소기업 민간 중심의 자발적인 상생이었다. 이에 동반 성장 노력이 산업 전반의 생태계 문화로 안
착할 수 있도록 민간단체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기념 현판식 개최 모습. [사진제공=동반성장위원회]

하지만 현재 A텔레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미국의 모토로라에 원천 기술을 내준 희생양, 코스닥 시총 상위 5위에서 상장 폐지에 이른 불운한 중소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A텔레콤이 한창 성장세를 달리던 당시 CDMA 방식의 디지털제품 시장에서 뒤처졌던 모토로라가 이 회사를 기회의 발판으로 점찍었다. 모토로라는 98년 600억원을 들여 A텔레콤 지분 51%를 확보해 이 회사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제품군을 자체 브랜드로 출시했다. 그 이듬해에 모토로라는 1%대에 머물렀던 국내 시장 점유율을 13%로 끌어올렸다.

이후 모토로라는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A텔레콤에 대해 자진 등록 취소를 결정해, 결국 시총 상위 5위 안에 올랐던 유망 중소기업은 상장 폐지의 운명을 맞았다. 이후 창업주를 비롯해 창립 멤버 대부분은 보유 지분을 팔고 회사를 떠났고, 국내의 우수한 무선통신기기회사를 인수한 모토로라는 최근 영업손실 2300만달러를 기록하며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A텔레콤의 이 같은 흥망성쇠는 지난 15년간 우리 산업계가 유망 중소기업 관리에 미흡했던 과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90년대부터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각종 분야에 진출했던 중소기업들이 해외 판로를 개척하며 2006년 수출 3000억달러라는 금자탑을 쌓기까지 일조했지만, 지금 그 당시 명맥을 이어가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98년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통계가 집계된 이후 2006년 중소기업 수출은 1042억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98년 대비 성장률은 무려 250%에 달한다. 하지만 이때를 정점으로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2001년 43%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다가 2006년부터 32%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특히 벤처 돌풍을 일으키며 무선통신기기는 2004년 10% 가까이 비중을 차지했지만 2009년 3%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2006년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00억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혼자서 전체 수출의 15.5%를 차지했다. IT 분야에서만 해도 45%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후 LG전자, 현대ㆍ기아차 등 다른 대기업도 수출 비중이 올라가면서 지금은 대기업이 전체 수출의 70%를 주도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에는 수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말하는 ‘트리클 다운(Trickle-Down)’ 효과, 즉 낙수 효과의 실종이다. 대기업 규모가 커지면 1, 2차 협력사 또한 같이 성장해야 하는데, 수출 등에서 건진 과실을 대기업 혼자 차지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면서 A텔레콤과 같이 잠재력이 풍부했던 중소기업들은 외국계 기업에 인수돼 시장에서 아예 사라지거나 대기업에 치여 도태돼왔다.

그래서 나온 화두가 바로 ‘동반 성장’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두 차례의 국가적 위기를 겪으면서 대ㆍ중소기업 간 더욱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가 바로 동반 성장이다. 또 이는 그동안 중소기업 관리에 소홀했던 우리 산업계의 반성이 담긴 코드이기도 하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재벌 계열사는 불어나는데 고용은 늘지 않고, 대기업은 돈이 넘쳐나는데 중소기업은 대출조차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첨단 기술 중심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이에 고용 없는 성장의 길로 들어선 지금 이 순간, 동반 성장이야말로 매우 시급한 시대적 과제”라고 진단한다.

‘패자 없는 게임의 룰, 동반 성장’의 저자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이제는 압축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산업계라는 전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해지도록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며 동반 성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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