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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불암 시리즈? 박재완 야구시리즈가 더...
야구 마니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야구경제 시리즈’가 화제다. 장관의 발언은 반향이 커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의 특성에 비추어 얘기하는 그의 설명은 억측도 피하고 재미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박 장관은 고용노동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중간계투’로 비유했다. 전임 장관인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노사문화 선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ㆍ제도적 틀을 만든 선발투수였고, 자신은 그 제도를 잘 손질해 성과를 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또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윤증현 장관이 3회부터 7회까지 롱 릴리프로 승리요건을 갖췄으니 자신은 이번엔 마무리 투수로 세이브를 기록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장관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자신의 굳은 의지도 함께 내비친 셈이다.

그는 또 고용노동부는 특급 유격수에, 기획재정부는 포수에 비유하기도 했다. 2급 유격수는 평소 위치에서 수비하다 안타 맞고 1급 유격수는 뒹구르며 안타를 잡아낸다. 하지만 특급 유격수는 안타성 타구 방향을 예측해 손쉽게 수비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고용부 직원들의 사전 예방과 선제적 조치 필요성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재정부의 역할은 수비 위치를 정해주고 투수를 리드하는 ‘안방마님’인 포수에 비교한다. 포수가 위치하는 홈은 타자가 처음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점수를 내는 마지막 목적지이기도 하다. 경제와 정책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자리라는 얘기다. 포수의 위치와 기획재정부의 역할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는 또 예산 심의ㆍ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수들 사이에선 ‘구속을 1㎞ 높이는 것보다는 제구력을 1㎝ 개선하는 게 낫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를 예산 측면에 대입해보면 재정투입을 무작정 확대하기보다는 적재ㆍ적소ㆍ적기에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치환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마구 쏟아내는 포퓰리즘 복지정책이 갑자기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



<경제 관료들은 왜 야구에 미칠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 마니아다. 프로선수는 물론 웬만한 대학 선수들의 성적과 스카우팅 리포트(능력분석)를 두루 꿰고 있다. 경제를 야구에 빗대 얘기하기도 한다. 취임하자마자 기획재정부 간부들에게 주문한 것도 포수론이다. 포수는 안방마님이자 팀의 리더이고 홈을 지키는 보루다. 홈은 경제와 정책이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자리다. 기획재정부의 역할에 대한 절묘한 비유다.

한때 야구 해설가로 나서기도 했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야구 사랑은 모르는 이가 거의 없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 야구에 심취해 학위 취득이 1년 늦어졌다는 믿거나 말거나 형 얘기도 전해진다.

사실 이들에 앞서 경제관료들의 야구광 계보는 한참 올라간다. 강경식 부총리 앞에서 잘못된 야구 상식을 얘기하다간 깨지기 일쑤였고, 강만수 장관(산은지주 회장)은 중요한 회의나 행사 때 잠시 짬이 생기면 주변에 야구 얘길 묻는다. 강 회장의 야구에 얽힌 일화 한 가지.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인 강 회장은 당연히 부산의 롯데자이언츠의 광팬인데, 관세청 근무시절 대구에서 낳은 아들이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사달라고 떼를 썼다. 한동안 부자간 말도 끊고 지냈다.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도 젊은 시절 야구장으로 퇴근했던 마니아 중 마니아다. 일 다하고 도착하면 경기는 늘 끝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7회 이후 입장하면 요금을 받지 않아 공짜관람으로 만족해야 했다.

프로야구는 한국 대표 스포츠다. 올해는 최단경기 300만 관객을 동원하고 누적 700만명 돌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상황이다. 어디에나 프로야구 광팬들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경제관료들이 다른 운동 다 제쳐놓고 유독 야구에 미치는 건 왜일까?

박재완 장관은 사석에서 기재부 간부들에게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를 “희생플라이가 있기 때문 ”이라고 얘기했다. 자신을 희생해서 점수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경기라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다. 하지만 많은 경제관료들이 다 제각각의 이유때문에 야구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뭔가 공통적인 이유가 있을듯 하다. 

▶야구는 경제다

많은 사람이 그 이유를 매우 논리적으로 찾곤 한다. 야구가 다른 운동에 비해 경제와 비슷한 게 많다는 것이다. 유명한 야구 마니아이자 경제학자인 미국 케네소주립대학 브래드버리 교수는 ‘괴짜 야구경제학’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 정도다.

실제로 둘 간의 공통점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먼저 야구와 경제는 모두 숫자로 말한다. 야구에서 좋은 팀이나 선수를 평가하는 승률, 타율, 타점 등 지표들이 좋은 국가경제를 나타내는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증가율에 비견된다. 게다가 그 숫자가 그 팀과 경제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같다.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체감경기나 소득분배가 나쁘다면 좋은 경제라 할 수 없다. 아무리 3할 타자라도 득점권 타율이 바닥이라면 그저 훌륭한 선수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야구의 모든 데이터들은 의미를 가진다. 그 세밀한 통계와 수치들을 어떻게 읽어들이느냐가 야구의 핵심이다. 지표와 통계를 통해 살아 있는 경제를 읽어야 하는 경제관료들도 마찬가지다. 

변수가 많고 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야구와 경제의 공통점이다.

9회말 투 아웃이라도 한방이 남아 있고 언제나 게임을 뒤집을 가능성이 남는 게 야구다. 투수가 던진 공 하나, 야수의 움직임 하나가 경기를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시킨다. 감독의 주요 임무는 적재적소에 타순을 배치하고 투수 교체 타이밍을 찾는 것이다. 타자에 따라 수비 위치를 변경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경제 수장들이 할 일도 환율과 금리를 경제상황에 맞게 변경하며 정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 경제 운용이 야구 경기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브래드버리 교수는 야구에서 경제이론을 찾아내기도 한다. 포수 중엔 왼손잡이가 거의 없다. 왼손잡이 포수는 주자들을 견제하거나 도루를 저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대답이다. 하지만 브레드버리 교수는 포수를 할 정도로 어깨가 좋은 왼손잡이라면 어릴 때부터 차라리 투수로 키우는 게 낫다고 설명한다. 경제학의 비교우위론 바로 그것이다. 

▶야구 안 좋아하면 그게 이상하지

하지만 가장 단순하고도 명쾌한 이유는 그들이 야구와 함께 성장한 세대이고 야구명문고 출신들이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야구광으로 거론된 경제관료들은 대부분 70년대 고교 야구 전성기를 경험한 세대들이다. 장효조, 최동원, 김봉연에 열광하던 시절을 거쳤다. 당시 고교 야구는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였다. 게다가 행정고시를 패스할 만한 엘리트들은 대개 명문고 출신이다. 고교 추첨제 이전의 대학진학 명문고는 대개 야구 명문고였다. 고위관료들은 대개 해외유학 경험이 있다. 유학처로는 메이저리그가 번성한 미국이 대부분이었다. 야구에 열광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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